문제원기자
한국은행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을 1%대로 낮춰 잡은 것에 대해 대통령실 내부에선 "보수적인 평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은과 시장 안팎에서 내년 1%대 저성장 쇼크가 닥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용산의 평가는 다소 긍정적인 셈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9일 아시아경제에 "내년 경제가 위기라고까지 보진 않는다"며 "한은이 성장률을 잡을 때 보수적으로 보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앞서 한은은 전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내리면서,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수준으로,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미 JP모간(1.7%), 골드만삭스(1.8%)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내년 한국 경제의 하방 위험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는데, 한은도 동조한 것이다.
대통령실과 한은의 평가가 다소 엇갈린 부분은 수출이다. 한은의 경우 전날 올해 6830억달러, 내년 692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3분기 수출 물량이 크게 줄었는데, 일시적인 요인보다는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같은 한은 전망은 대통령실이 참고한 무역협회 전망(올해 6850억달러, 내년 6970억달러)보다 낮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무역협회는 올해 6850억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봤지만 한은은 그렇지 못할 것으로 봤다. 내년에도 무역협회나 산업연구원 등보다 수출을 낮게 잡았다"며 "올해 실적이 좋으면 내년 (한은) 전망도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이 주요 성장 하방 리스크로 지적한 트럼프발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아직 모르는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조선업은 앞으로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 역시 내년 상황이 녹록진 않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이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법원 선고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당원 게시판 논란 등 정쟁에 거리를 두고 경제·민생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트럼프 행정부의 돌발 정책 대응 방안 마련을 지시했고, 내부적으로는 민생과 직결된 자영업자 지원책, 양극화 타개 정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개각을 준비 중인 윤 대통령이 내각 경제팀 쇄신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임기 후반기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을 적극 지원해 경기 반등 기회로 삼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현재 중량감 있는 인사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통령실은 내년 1월 발표할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때 새로운 정책들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