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준기자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벌어진 '대규모 강제북송' 이후 북한 당국이 기독교를 접한 탈북민을 정치범 수용소로 보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령'이라는 유일사상을 숭배하지 않고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해당하는 가혹한 처벌을 자행 중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Aid to the Church in Need)'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중국에서 송환된 탈북민 가운데 기독교인과 교류한 것으로 밝혀진 사람들은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졌다"고 밝혔다. 수용소는 '관리소'라 불리는 비공식 구금시설이다.
보고서는 "북한 국가보위성은 중국 경찰(공안)이 제공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탈북민을 심문한다"며 "이 보고서에 종교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 탈북민이 어떤 설명을 하더라도 예외 없이 수용소로 보내진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500명에 달하는 재중 탈북민을 대거 북송했는데, 당시 북한으로 끌려간 탈북민에 대해 이런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탈북민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았지만, 기독교인과 접촉한 것으로 분류된 경우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해당하는 가혹한 처벌에 처했다고 한다.
수용소는 과거부터 악명이 높았다. 자의적 구금은 물론 폭행, 고문, 심지어는 처형까지 자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광호 북한 중앙재판소 국장은 이달 초 유엔 보편적 정례 인권검토(UPR)에서 "공화국에는 정치범 수용소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조국을 배반하다 못해 전복하려는 '인간쓰레기'는 심판을 면할 수 없다"며 당국의 강제적 조치를 일부 시인했다.
'인권'에 대한 개념이 부재하다시피 한 북한에선 '종교의 자유'도 보장되지 않는다. 근현대사를 돌이켜 보면 한반도에서 해방 이전부터 개신교·천주교 등 종교가 먼저 전파된 건 남측보다 북한 지역이었다.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이 낸 자료를 보면 2004년 기준 북한의 기독교 신도는 1만2000명, 천주교는 800명, 불교는 1만명, 천도교는 1만5000명으로 집계됐었다.
그러나 북한에선 이미 해방 이후부터 종교가 지하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김일성 주석이 유일사상 체계를 내세우면서 종교를 박해하기 시작했고, 종교는 '비과학적인 반동 행위'이자 투쟁과 척결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김일성이 종교를 '아편'에 비유한 게 대표적이다. 수령 숭배에 도전하는 걸림돌이 되는 데다 당국의 통제 밖에서 주민들이 조직·교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북한은 1972년 남북 대화가 시작되면서 '종교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 종교단체의 활동을 허가했다. 조선기독교연맹·조선불교도연맹·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회 등 다양하지만, 허울뿐인 단체였다. 대부분의 북한 종교단체들은 2000년대 이후 남북 교류가 활발했던 시기 한국 종교단체들과 사업을 추진하며 사실상 대북 지원을 받는 창구로 쓰였다.
ACN 보고서는 극심한 종교 박해로 정확한 파악은 어렵지만, 북한 지역의 기독교인은 9만8000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전체 인구의 약 0.38%에 불과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