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위협' 멕시코 대통령 '트럼프와 또 통화…이민·마약 논의'(종합)

이른바 ‘트럼프 관세’ 위협에 직면한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재차 통화하며 이민자 억제, 마약 차단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대화 채널을 확대하는 한편,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와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통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트럼프와) 이주 현상에 대한 멕시코의 전략을 논의하고, 멕시코 내부에 캐러밴(대규모 이민자 행렬)이 머물고 있기 때문에 북쪽 국경에 도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공유했다"며 "안보문제에 대한 협력 강화, 펜타닐 남용을 막기 위해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캠페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엑스(X·옛 트위터) 게시글.

미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한 후 셰인바움 대통령과 통화한 것은 지난 7일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해당 글은 멕시코 외교부 장관인 후안 라몬 데라 장관과 테이블에 앉아 웃으며 통화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게시됐다.

불과 20일만에 이뤄진 두번째 통화는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와 캐나다가 불법 이민 및 마약 대처에 미흡하다고 비난하면서 내년 1월20일 취임 첫날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반발한 멕시코 역시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멕시코로선 트럼프 당선인의 고율 관세 위협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보복 대응을 예고하는 동시에 대화를 통한 접점 찾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셈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의 관세 위협은)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에게 회동을 제안하는 서안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 시일 안에 트럼프와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적어도 (트럼프 취임일인) 내년 1월20일 이전에 우리 정부 대표단과 회동 기회를 가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 멕시코의 입장을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부 장관 역시 "이 조치(관세)의 영향은 주로 미국 소비자에게 미칠 것"이며 "그래서 우리는 관세가 ‘제 발의 총 쏘기’와 같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멕시코산 수입품 관세로 인해 미국 기업이 치러야 할 비용은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생산 중인 제너럴모터스(GM) 등 미 자동차 제조업체의 수치를 기반으로 한 연구를 인용해 "미국에서 약 4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멕시코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연간 생산되는 차량은 약 380만대 규모로 이 가운데 90%가 수출용이다. 또한 그중 80%는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체별 매출액 기준으로도 상위 1~3위는 GM, 스텔란티스, 포드 등 미국 업체들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예고에 뉴욕증시에서 이들 미국차 주가가 급락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현지 라디오 방송 '라디오포르물라'와의 인터뷰에서는 "미 대통령 당선인이 진정 원하는 것"이 관세 부과 현실화가 아닌 협상이라고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양국이 서로 관세를 매겼을 때 멕시코가 미국에 승리할 것이라는 건 자명하다"면서 "미국은 멕시코와의 교역이 매우 필요하다는 점을 주지하고 싶다"고 짚었다. 이어 "그(트럼프)가 정말 관세를 매기고 싶었다면 취임 두 달 전에 미리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논의 의제로 삼고 싶은 게 어떤 것인지 이미 말했기 때문에 곧 대화가 개시될 것이라는 전망에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헤라르도 에스키벨 멕시코국립자치대(UNAM) 교수 역시 영국 BBC스페인어판(BBC문도)에 미국과 멕시코처럼 상호 의존적인 경제 모델에서 "감히 관세 전쟁을 시작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오히려 협상의 여지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을 멕시코 등에 촉구하는 트럼프 스타일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국제부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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