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비즈 인사이트] 할리 타는 할아버지, 게임 하는 할머니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우리가 시니어비즈니스에 대해 흔히 오해하는 게 있다. 바로 시니어비즈니스가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생각은 잘못됐다. 시니어비즈니스 분야 중에는 고령자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야가 많다. 사실, 모든 연령층이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령층은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사용함으로써 심리적 저항감이 줄어들고, 젊은 세대와의 교류를 통해 사회적 고립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세대가 공감할 만한 주제는 무엇일까? 가장 대표적인 게 ‘즐거움’일 것이다. 연령과 상관없이 즐거움을 주는 시니어비즈니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언뜻 보기에 이 분야는 전통적인 시니어비즈니스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속에 바로 성공적 시니어비즈니스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숨어있다.

첫 번째로 주목할 분야는 바로 놀이동산이다. 보통 우리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지금, 놀이동산이 사양산업에 속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 놀이동산은 어린아이들과 젊은 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장년층과 노년층에게도 놀이동산은 여유로움 속에서 정서적 안정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우리보다 약 20년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놀이동산을 시니어를 포함하는 모든 연령층이 즐거움을 경험하는 장소로 변화시켰다. 2013년 일본의 도쿄디즈니랜드는 개장 30주년을 맞이했다. 이때 일본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이미 전체 인구의 25%를 넘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도쿄디즈니랜드는 65세 이상 고령자와 중장년을 대상으로 지난 30년 전 부모님과 손을 잡고 즐겼던 장소, 사랑하는 어린 자녀와 연인들과 청춘을 즐겼던 추억의 장소로 디즈니랜드를 홍보했다. 또한 60세 이상 시니어에겐 할인된 가격으로 입장권을 판매했다. 이후에도 도쿄디즈니랜드는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서비스’를 확장했다. 휠체어를 타고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도록 입구 간격을 넓혔고, 휄체어가 탑승 가능한 놀이기구도 만들었다. 이와 같은 노력 덕에 도쿄디즈니랜드는 일본의 고령화와 저성장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비디오 게임 분야다. 국내에서는 비디오 게임이 주로 젊은층의 관심사로 알려져 있지만, 세계적으로 모든 연령층에서 사랑받는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어, 72세의 한 남성은 마인크래프트(Minecraft) 게임을 하며 유튜브에서 8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았고, 또 다른 72세 남성은 올해 초, 카운터 스트라이크 2(Counter-Strike 2)에서 최고 랭크에 올랐다. 또한 인터넷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니어 게이머 중 한 명은 1936년생 미국인 “셜리 커리(Shirley Curry)”이다. 그녀는 소셜 미디어에서 스카이림(skyrim)으로 131만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로 유명하다. 아쉽게도 2024년 88세가 되면서 이제 더 이상 게임을 하는 영상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금도 많은 시니어가 비디오게임과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니어들에게 비디오 게임은 단순히 즐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온라인 콘텐츠는 나이에 상관없이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세 번째로 살펴볼 분야는 여가활동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과 함께 즐기는 여가 활동으로 최근 시니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할리 데이비슨(Harley Davidson)이다. 할리 데이비슨은 단순한 오토바이가 아니다. 그것은 라이더들에게 자유, 도전, 모험을 선사하는 상징적 존재이다. 또한, 할리 데이비슨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커뮤니티를 제공한다. '호그(Harley Owner's Group, H.O.G.)'라고 불리는 이 커뮤니티는 시니어들에게 장시간 라이딩을 즐길 친구를 제공하며, 다양한 행사와 교류의 기회를 마련한다. 은퇴 후에도 강력한 커뮤니티를 통해 사회적 교류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큰 장점이다. 할리데이비슨이 판매하는 것은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니라, 삶의 가치와 의미를 나누고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임을 알 수 있다.

최근 고령층에 새롭게 진입하는 세대는 이전의 시니어들과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 이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젊은 세대들처럼 즐기는 활동에 과감히 도전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낸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자신감을 내비치며, 나이에 상관없이 삶을 즐기는 모습은 단순히 나이를 잊으려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은 열정과 호기심을 반영한다. 이제 시니어 비즈니스는 연령을 기반으로 한 틀을 벗어나, '삶의 질'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령층만을 겨냥한 제한적 접근이었다면, 이제는 삶의 경험과 지혜를 가진 소비자들이 중심이 되어, 더욱 다양화된 기회와 선택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하고 있다.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경제금융부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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