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선기자
세 번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김건희특검법) 재표결 시점이 다음 달 10일로 미뤄졌다. 표면적으로는 재표결과 관련해 정비할 시간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최근 당원게시판 논란에서 허우적대는 여당의 분열표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당은 김건희특검법만큼은 분열과 별개라며 오히려 당내 결속이 강화될 것이라고 점쳤다.
여야 원내대표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오는 28일로 예상됐던 김건희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다음 달 10일로 미뤘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특검법 재표결은 여야가 총력을 다해야 한다"며 "재표결 날짜를 정확히 정해 여야가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검사 탄핵소추안 보고는 다음 달 2일, 표결은 4일로 잡았다.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소추안은 보고 24시간 후 72시간 내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여당 내 분열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에서는 '당원게시판 논란' 을 놓고 친윤석열계와 친한동훈계 의원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192석인 범야권은 앞서 두 차례 진행된 김건희특검법 재표결에서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 즉 찬성표 200석을 확보하지 못했는데 이번 분열로 8석 이상의 이탈표를 기대하는 눈치다. 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당원게시판 논란을 수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당내 예측"이라며 "재표결 일정을 미룬 건 0.1%라도 김건희특검법의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재표결에서도 단일대오를 이룰 것이라고 자신한다. 계파와 별개로 김건희특검법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것에 공감대가 있다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세 번째 김건희특검법이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전히 여당을 배제한 채 통과시킨 법안이고,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지만, 야당이 무제한 비토권을 가져선 안 된다는 논리다. 여당 관계자는 "김건희특검법 재표결은 여러 차례 반복돼 의원들도 해당 법의 위헌성을 학습했다"며 "김건희특검법에 대한 재표결 방향은 이미 당론으로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건희특검법을 최대한 미루는 대신, 검사 탄핵에 좀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당초 오는 28일 김건희특검법 재표결보다 검사 탄핵소추안 보고를 원했을 정도로 검사 탄핵 추진에 힘을 쏟고 있다. 김건희특검법 재표결과 검사 탄핵소추안 보고 또는 표결 일자가 겹칠 경우, 관심이 김건희특검법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검사 탄핵 일정과 (김건희특검법) 재표결 일정을 굳이 똑같이 맞출 필요는 없지 않으냐는 문제를 제기하는 분이 있었다"며 "상설특검 규칙 개정 일정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김건희특검법 재표결 일정을) 늦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