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석기자
공병선기자
위증교사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사회생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위기에 몰렸던 이 대표로서는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 대표는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그 과정에 참으로 어렵고 길긴 하지만 제가 겪는 어려움은 큰 바닷속의 좁쌀 한 개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 국민께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에 비하면 제가 겪는 어려움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에 상생의 정치를 제안했다. 그는 "이제 정치가 서로 죽이고 밟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하고 함께 가는 정치였으면 좋겠다"며 "죽이는 정치보다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하자고 정부여당에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이날 위증교사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이 대표에게 무죄, 위증교사 정범으로 기소된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진성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재명이 김진성과 통화할 당시, 김진성이 증언할지 여부나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증언할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재명에게 김진성으로 하여금 위증하도록 결의하게 한 고의, 즉 교사 고의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재판을 앞두고 발언을 자제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검은색 양복에 남색 넥타이를 맨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시50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서 '선고를 앞두고 입장이 무엇이냐' '유·무죄 판단 어떻게 예상하느냐' 등 질문을 받았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제1차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사법부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감정적 대응을 자제할 것을 당에 요청했다.
이번에 판결을 받은 위증교사건은 앞서 체포동의안 통과로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을 때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됐다’고 판단을 받은 바 있다. 따라서 야권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공직선거법 위반보다 더 위험성이 큰 건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에 무죄 판결을 받음에 따라 기사회생할 수 있게 됐다. 공직선거법을 포함해 별개의 사건 재판이 치러지고 있지만, 이번 건에서 이 대표가 활로를 찾음에 따라 사법리스크는 사법리스크 대로 풀면서, 집권 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흔들렸던 당내 입지도 다시금 확고히 다질 기회를 가졌다. 당초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1심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달 내 판결로 예정됐던 위증교사 재판까지 유죄를 받을 경우에는 파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일각에서 거론됐던 '플랜B' 등은 수면 밑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피선거권 10년 박탈 형을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재판 등은 목에 걸린 가시와도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검찰은 모두 공직선거법 1심 재판과 관련해 항소한 상태다. 공직선거법 270조에는 '1심은 공소제기 후 6개월, 2심 및 3심은 전심 선고 후 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직선거법은 계속해서 이 대표의 대권가도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중도, 실용노선으로 꼽혔던 이 대표의 먹사니즘 행보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부과하는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피력했던 경영계와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상법 토론회 등은 이 대표 등이 참석한 채 이번 주에 열릴 예정이다. 이 대표는 최근 민주당이 그동안 주창해왔던 노동, 기업 지배 구조, 규제 등에 변화된 입장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