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원인턴기자
과거 유럽 최빈국이었던 아일랜드가 법인세 수입을 통해 유례없는 재정 흑자를 누리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아일랜드의 예상 법인세 수입이 375억 유로(약 55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아일랜드가 10년 전 징수한 법인세 46억유로(약 7조원)의 8배가 넘는 수치다. 전체 법인세 수입을 인구수로 나눌 경우 국민 1인당 약 7000유로(약 1025만원)를 받는 셈이 된다.
이처럼 아일랜드는 현재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1840년에는 '감자 대기근'으로 인해 국민 대부분인 400만명 이상이 이민을 가야 하는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또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국가 부도 위기에까지 내몰리며 법인세를 12.5%로 낮추기도 했다. 이는 33%인 프랑스의 3분의 1 수준이며 20%대인 미국과 영국에 비해서도 매우 낮다.
주변국들의 조세 회피 단속 역시 아일랜드에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기업들의 역외 조세 회피를 철저히 감시했다. 이에 기업들은 케이먼 제도와 같은 조세회피처를 통해 법인세를 피해 갈 수 없게 됐다. 그러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모회사 알파벳, 화이자 등이 비교적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로 유럽 본사를 이전했다.
법인세로 넉넉한 재정을 만든 아일랜드 정부는 각종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최근 수도 더블린에는 약 22억유로(약 3조2000억원)를 투입해 어린이 병원 건설을 시작했다. 더불어 홍수 방지 시설, 풍력발전소 등에도 큰 비용을 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WSJ은 "아일랜드는 한때 대량 이주로 유명했고 금융 위기로 파산 직전까지 갔던 나라"라며 "지금은 여러 시설들을 건설하고자 노동자들을 들여오고 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행운"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일랜드는 법인세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아일랜드 외국인직접투자청(IDA)을 총괄하는 피어갈 오루크는 "과거 미국의 법인세 정책이 바뀌는 데에 30년 이상이 걸렸지만, 그동안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