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송승섭기자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35년까지 매년 3000억달러 모아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24일(현지시간)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를 매년 최소 3000억달러(약 421조6500억원)로 결정했다. 이는 기존보다 3배 많은 금액이다. 자금은 선진국들이 만들고,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과 피해복구에 쓰인다.
NCQG는 내년 이후 기후재원을 누가, 어떻게, 얼마나 낼지에 관한 논의다. 애초 국제사회는 2009년 COP15에서 2020년까지 1000억달러의 기후재정을 만들기로 했다. 협의에 차질을 빚으면서 기한이 연장됐지만, 올해 약속한 재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번 기후총회에서는 내년 이후의 새로운 기후재정을 만드는 게 핵심 의제였다.
하지만 선진국과 개도국은 금액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은 기후재정을 기존과 같은 1000억달러에서 출발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개도국 측은 달하는 4000억~2조달러에 육박하는 금액을 제시했다. 이후 조정을 거쳐 과거 금액보다 13배 많은 1조3000억달러를 최종 제안했으나 선진국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식과 공여국을 두고서도 대립했다. 선진국은 앞으로 민간자금도 기후재원에 포함하자고 제안했지만, 개도국은 공적자금만 계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선진국은 중국이나 인도 등 ‘고소득 개도국’으로부터 기후재원을 걷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개도국들은 지구온난화 책임이 큰 선진국들이 돈을 내야 한다는 ‘오염자 부담원칙’에 어긋난다며 크게 반발했다.
이에 폐막일인 22일에도 논의를 매듭짓지 못해 이날까지 논의를 연장했다. 의장국인 아제르바이잔은 선진국 부담금을 연 2500억달러로 제시했지만 개도국 측이 지나치게 적은 금액이라며 거절했다. 선진국이 다시 3000억달러를 제안했지만 개도국은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최소’라는 문구를 넣는 조건이 제시되면서 극적으로 합의가 타결됐다.
다만 부유한 개도국에 의무를 부여하는 안건은 불발됐다. 대신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의 기여를 ‘장려’하도록 했다.
지난해 COP29에서 합의한 ‘화석연료 사용 단계적 감축’과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은 담기지 않았다.
이번 합의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힘든 여정이었지만 우리는 거래를 성사했다”며 “이 거래는 청정에너지 붐을 계속 성장시키고 수십억 명의 생명을 보호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개도국 측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찬드니 라이나 인도 대표는 “빈약한 금액”이라면서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단순히 시각적 환상일 뿐이다”고 비난했다. 후안 카를로스 몬테레이 파나마 기후특사는 “과정은 혼란스럽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으며, 필요한 야망을 달성하는 측면에서 완전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