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기자
‘만 나이’ 제도 시행 1년이 지났지만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전국 만 13~69세 남녀 1200명을대상으로 ‘2024 만 나이 통일 정책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해(2023년) 6월 시행된 ‘만 나이 통일’ 정책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는 응답자는 2명 중 1명(53.8%)이었다. 실제로 만 나이를 사용하는 빈도는 2022년 조사 대비 소폭 증가한 결과를 보였다. 연령대 별로는 20대 4.8% →19.5%, 30대 8.8% → 24.5%, 40대 9.2% → 30.0%, 50대 22.8% → 36.5% 등이었다. 그럼에도 평소 자신의 나이를 얘기할때는 ‘세는 나이’를 사용하는 비율(60.8%)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또한 응답자의 상당수가 자신의 나이를 말할 때 ‘세는 나이’와 ‘만 나이’의 개념이 헷갈렸던 경험이 있고(62.9%, 동의율), 지인이나 동료 등을 부르는 호칭이 ‘만 나이 통일’ 이전 대비 달라지지 않았다(73.1%)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사회에서는 ‘만 나이’, ‘세는 나이’, ‘연 나이’ 등 3개의 나이 셈법이 주로 사용돼 왔다. 계산 방법에 따라 나이가 3개가 되다 보니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응답자가 상당수였다(72.3%, 동의율).
응답자의 상당수는 법적나이인 ‘만 나이’로 통일하는 것이 행정 서비스 등의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고(67.2%, 동의율), ‘만 나이 통일’은 국제적 통용 기준에 맞게 조정된 정책인만큼 세계화에도 도움이 될 것(60.9%)이라고 평가했다. 공공분야 등에 드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52.9%)는 응답도 절반 이상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나이’에 대한 인식 개선의 선행을 강조하고 있는 배경에는 한국 사회에서 오랜 기간 지속돼 온 ‘나이에 따른 선입견’과 관련이 있어 보였다. 한국 사회는 나이에 대한 선입견이 강한 사회이고(86.8%,동의율), 유독 스스로의 ‘나이’에 얽매여 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79.0%)는 데에 높은 공감을 내비친 것이다. 응답자의 상당수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밥을 사거나(57.8%, 동의율) 기회를 박탈당한 경험이 있었고(39.6%),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소소한 잡일(심부름 포함)을 맡거나(61.8%), 아랫사람이나 연장자로부터 지적이나 훈계를 받아본 경험(54.9%)도 많은 편이었다.
트렌드모니터는 "향후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과 불필요한 선입견을 줄이고, 다양한 연령대가 상호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