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편관세, 반도체 '발등의 불'…산업장관 '美신정부와 지속협의'

안덕근 "업계 고심 클 것…정부가 기업 뒷받침"

미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보편관세 현실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반도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 담당 사장은 20일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보편관세가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이 없어 별도의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주요 업종 릴레이 간담회 전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미 신정부 출범을 두 달 앞두고 반도체 산업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는 정부와 업계 관계자 17여명이 참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트럼프 신정부가 반도체 관련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여러 시나리오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미국 신(新)정부 대비 반도체 업계 간담회에서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 담당 사장(오른쪽 앞에서 네 번째), 지현기 삼성전자 DS부문 상생협력센터장 부사장(오른쪽 앞에서 세 번째),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오른쪽 앞에서 두 번째) 등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앞에서 네 번째)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

정부 측에서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을 비롯해 이승렬 산업정책실장, 강기룡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등이, 업계에서는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 지현기 삼성전자 DS부문 상생협력센터장 부사장, 이준혁 동진쎄미켐 대표, 안태혁 원익IPS 대표, 이경일 PSK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대중국 압박 강화 ▲보편관세 ▲미국 보조금 정책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계 영향 등을 주제로 자유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보편관세는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이 공약이 현실화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무관세로 반도체를 수출하던 국내 기업들은 관세 부담이 늘어나 가격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메모리 반도체처럼 가격 민감도가 높은 제품의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도체 소부장도 수출 비용 증가와 투자 압박 등 연쇄 타격이 예상된다. 대외 충격에 취약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수출 감소와 경쟁력 하락에 직면할 우려가 크다.

발제자로 나선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엔비디아 등 미국 설계 기업의 제품이 대만 등 해외에서 제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 공급망 구조를 고려할 때 관세는 미국 기업과 산업에도 부담"이라며 "관세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 등을 미국 신정부에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미국 신(新)정부 대비 반도체 업계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 지현기 삼성전자 부사장, 이경일 피에스케이 대표,김정희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등 주요 기업 경영진이 참석했다. 조용준 기자

안덕근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더욱 강화되고 중국 견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여러 차례 언급했기에 향후 대미, 대중 투자나 수출에 대한 업계 고심이 클 것"이라고 했다. 안 장관은 "하지만 과도한 측면도 있다"며 "정부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면서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안 장관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과 26조원 규모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으로 기업 투자를 뒷받침하겠다"며 "대외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다양한 채널로 미국 신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미·중 갈등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겠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그간 사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산업IT부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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