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욱기자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입주를 앞두고, 입주예정자들 사이에 퍼진 잔금대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오는 27일 입주를 앞두고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주요 5대 은행이 잔금대출 취급을 확정했지만, 한도가 9500억원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잔금 총액 3조원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
이 단지는 1만2032가구 규모로 평소와 같다면 잔금대출 유치를 위한 은행 간 각축전이 펼쳐져야 한다. 그런데 각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이 금융당국의 목표치를 넘긴 상황이라,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잔금대출 한도를 충분히 설정하지 못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잔금대출은 이미 집을 구입한 상황에서 활용하는 대출이라는 점에서, 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자리 잡은 A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18일 "5대 시중은행의 대출 한도가 정해져서 이쪽에서 대출은 어려운 상황이라 단위 신협 등 아직 대출이 가능한 곳으로 안내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돈을 빠르게 빌리지 못하면 입주 지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5대 시중은행의 잔금 대출액으로는 이 단지 전체 잔금을 치르기 부족하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로 시중은행의 한도는 총 9500억원으로 정해졌지만, 이 단지의 입주예정자들이 내야 할 잔금 총액은 3조원이다. 입주예정자들은 잔금을 납부해야 입주를 시작할 수 있다.
2금융권의 대출도 언제 막힐지 모른다는 인식마저 퍼졌다. A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로 제2 금융권도 언제 대출 한도가 정해질지 모른다고 본다"라며 "새마을금고는 이미 개인의 대출 한도가 줄었다"고 전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11일 잔금 대출 만기를 40년에서 30년으로 줄여 사실상 대출 한도를 축소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발맞추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2조7000억원 증가하면서 전월(-3000억원)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전세를 들여, 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기도 어렵다. 둔촌동 인근 B 공인중개사사무소 실장은 "전세대출도 조건부로 허용해주는 곳이 많아 전세 수요자들이 이 단지에 들어올 수가 없다"며 "최소 내년은 돼야 전세 보증금을 받아 전세에 들어오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잔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입주가 미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갑 KB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잔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잔금 대출과 전세를 통한 자금 마련인데 둘 다 막혀서 입주가 미뤄질 것"이라며 "그러면 입주 예정자들은 입주 지연 이자에 관리비까지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잔금 납부만 앞둔 단지를 빼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분양 시장에서 입주예정자들은 상당 부분 대출에 의존해 집을 산다"라며 "잔금만 내면 되는 상황에서 갑자기 대출을 어렵게 만들면 이들은 대안이 사라지게 된다. 대출의 문을 닫으면 이들 보고 대부업이나 사채 시장으로 가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 원장은 "선분양 제도에서 분양 시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내는 과정이 정해져 있는 만큼, 정부가 입주 예정자들의 잔금대출 수요를 어느 정도 예측해 관리할 수도 있다. 잔금대출을 허용해준다고 가계부채 관리가 어려워지는 것도 아니며, 입주 예정자들은 갑자기 집을 새로 산 것도 아니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무턱대고 대출을 조일 게 아니라 가계부채 관리 원칙에서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효선 NH 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입주 예정자들은 잔금 마련이 안 될 것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가 안 됐다"라며 "이 경우 잔금대출은 일정 부분 완화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올림픽파크 포레온이 매머드급 단지고 큰 주목을 받아온 탓에 당국이 완화책을 내더라도 이 단지에 혜택을 몰아준다는 비판을 의식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