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경기자
패스트(FAST)란 'Free Ad-Supported Streaming TV'의 앞 글자를 딴 용어다. 무료로 시청하는 광고 기반의 실시간 재생 TV를 의미한다. 말 그대로 광고를 일정 시간 동안 시청한 대가로 원하는 콘텐츠를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 TV나 커넥티드 TV를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는 광고 기반형 비디오(AVOD) 서비스다.
주문형 비디오(VOD)는 이용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언제든 받아볼 수 있는 영상 서비스다. VOD의 종류는 3가지다. 주문 구독형 비디오(SVOD)·광고 기반형 비디오(AVOD)·건별 결제형 비디오(TVOD)다. 넷플릭스처럼 정기 결제를 통해 일정 기간 제한 없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OTT 서비스는 SVOD로 분류된다.
OTT 서비스는 기존 TV와 달리 콘텐츠 회차를 선택하거나 빈지뷰잉(한 번에 몰아보기)이 가능한 차별점이 있다. 기존의 TV는 시간을 기준으로 한 방송국 편성표를 따라야 한다. 반면, OTT 서비스는 아무 때나 시청이 가능하다. OTT의 성장에 따라 소비자의 시청 방식에 변화가 생기며 OTT 서비스는 뉴 미디어로, 기존 TV는 올드 미디어로 불리기 시작했다.
패스트는 올드 미디어의 범주에서 파생된 OTT 서비스다. 패스트의 편성 기준은 방송국이 아니다. 뉴스·예능· 드라마·스포츠 등 채널을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어 예능 채널에 들어가면, '나 혼자 산다' '1박 2일' 등 각 프로그램이 개별로 정해진 편성표에 맞춰 24시간 내내 영상을 송출한다.
패스트 서비스는 2010년대 중반 등장했다. 스마트 TV 보급률 증가와 함께, 특히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미국은 케이블 TV 등 유료방송 요금이 평균 11~12만원 수준이다. 비싼 유료방송 요금에 유료방송 가입을 해지하는 코드 커팅(Cord-cutting) 열풍이 불기도 했다.
최근 국내에는 OTT 서비스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구독료가 잇달아 오르는 구독플레이션(구독+인플레이션) 또는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 현상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매년 5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구독료로 내고 있다. 영국의 구독 번들링·결제 전문업체인 방고(Bango)가 발간한 '구독 전쟁 2024'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은 1인당 평균 3.4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한다. 연간 구독료 지출 규모는 363달러(48만원)로 파악됐다. 월평균 4만원을 지출하는 셈이다. 서비스 유형별로는 구독형 비디오(SVOD)가 84%로 비중이 가장 컸다.
OTT 사업자들은 구독료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양질의 콘텐츠 제작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구독료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패스트는 구독료에 지친 소비자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OTT와는 달리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 회차를 선택할 수 없다. 여전히 채널이 편성한 순서에 따라야 하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패스트는 무료 서비스로 구독료 부담이 없고, 넷플릭스처럼 빈지뷰잉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TV와 OTT 중간 개념의 무료 서비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