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길기자
이성민기자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결국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MBK·영풍 외 주주들로부터 지지에 대한 믿음을 확인했다면서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기로 했다.
의결권 과반 확보에 실패한 MBK·영풍은 주총 표 대결을 위해 최 회장의 경영 실패를 지적하면서 주주 설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고려아연 주식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최 회장은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상증자를 발표하고 여러 미팅을 통해 현재 영풍과 MBK, 저희를 제외한 고려아연 주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면 임시 주총과 정기 주총에서 절대로 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BK·영풍이) 1.36% 추가 지분 매입했다고 공시했는데 그것보다 훨씬 큰 기존 주주들의 믿음을 얻었다"며 "그동안 우리를 믿어주셨던 주주들에게 저희의 의지를 다시 한번 말씀드렸고, 지배구조 개편을 시행하는 것도 그분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이처럼 자신감을 표출한 데에는 지분 7.5%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비롯해 해외, 기관투자가를 만나면서 우호적인 지지를 확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이날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사외이사를 의장에 선임하는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이런 결정은 MBK와 영풍이 그동안 고려아연 이사회를 향해 최 회장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최 회장은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고 이사회가 좀 더 효율적, 독립적으로 회사 경영진이 하고자 하는 거에 대한 건강한 감독 기능을 수행하게 하도록 내린 결정"이라며 "다른 건 몰라도 제가 의장직을 내려놓고 회장으로서만 일한다는 것은 MBK·영풍도 동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정관 변경은 주총 특별결의 안건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고려아연 발행주식의 39.83%를 확보한 MBK·영풍이 반대하면 사실상 통과될 수 없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은 해외 투자자 및 주주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외국인 사외이사를 도입하거나 IR 전담 사외이사를 두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또 소액주주 보호와 참여를 강화하기 위해 MOM(Majority of Minority Voting)을 포함해 소액주주들의 의사를 반영해 이사를 추천하는 방안 등도 검토한다.
MOM은 정관이 정한 일정한 사항에 대해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의 의사에 따른 주주총회 결의를 하는 방식이다. 현재 중간 배당도 분기 배당으로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고려아연의 기자회견으로 향후 임시 주총에서는 더욱 치열한 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MBK·영풍은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 오는 27일 변론이 잡힌 상태다.
한편 공개매수 이후 지분 추가 매수에 나섰던 MBK·영풍은 표 대결 변수를 줄이기 위해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지에도 관심이 몰린다. 앞서 MBK 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지분 1.36%(28만2366주)를 추가 취득한 바 있다. 이로써 한국기업투자홀딩스 지분 6.68%, 기존 영풍 및 장씨 일가 지분 33.13%, 영풍의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 0.02% 등 MBK·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은 39.83%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