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재무부 장관으로 억만장자 펀드매니저인 스콧 베센트가 급부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베센트의 유력한 경쟁자로 함께 재무부 장관 물망에 올랐던 헤지펀드 억만장자인 존 폴슨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공직을 맡을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베센트가 미국 경제 사령탑 역할을 맡게 되면 예고한 대로 규제 완화, 정부 지출 축소를 통해 민간 주도 성장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개편도 예고해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측근이 헤지펀드 키 스퀘어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베센트를 재무부 장관 적임자로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센트는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의 최측근이다. 2011~2015년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SFM)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냈고 2015년 독립해 키 스퀘어를 설립했다. 소로스가 1992년 파운드 공매도로 영란은행(BOE)을 파산 위기로 몰아넣을 때 그를 옆에서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베센트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는 입각하지 않았으나 최근 몇 년간 트럼프 당선인의 최고 경제고문으로 꼽혀 왔다. 이번 선거 운동 기간에도 기금 모금부터 경제 연설 작성, 정책 제안 초안 작성 등에 기여하며 트럼프 당선인의 강력한 신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아직 차기 행정부의 재무부 장관을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월가 출신을 재무부 장관에 앉히겠다는 의지가 있다. 트럼프 당선인 측근들 역시 베센트가 시장 관점에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트럼프 2기 재무부 장관 후보로는 베센트와 함께 정권 인수팀을 총괄하는 하워드 루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CEO, 헤지펀드 폴슨앤드컴퍼니 설립자인 폴슨과 빌 해거티 연방상원의원 등이 거론돼 왔다. 이 가운데 베센트와 함께 트럼프 2기 첫 재무부 장관 후보로 꼽혀 왔던 폴슨은 트럼프 2기에서 공직을 맡을 뜻이 없다고 밝혔다. 폴슨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보낸 성명을 통해 "여러 언론 매체가 날 재무부 장관 후보로 보도하고 있지만 복잡한 재정적 의무로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을 수 없다"면서 "하지만 대통령의 경제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트럼프 대통령의 뛰어난 정책 이행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폴슨이 재무부 장관 후보 고려에서 자신을 제외한 결정은 동료 투자자인 베센트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며 "베센트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재무부 장관 자리를 차지할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2기의 첫 재무부 장관에 베센트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WSJ에 실린 그의 기고문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WSJ에 기고한 글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은 규제 완화, 세금 개혁을 통해 미 경제를 재민영화하고, 1기 때 이행한 공급 측면의 성장을 촉진할 의무가 있다"며 "이는 성장 엔진 재가동,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무모한 지출로 인한 연방정부 부채 부담 해결에 필수적"이라고 썼다. 전기차,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 수술도 예고했다. 베센트는 "정부가 아닌 민간 자본 배분이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며 "비생산적 투자를 장려하는 IRA의 왜곡된 인센티브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