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은주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하향 조정했다.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내수 회복이 지연됐다는 판단에서다. 내년의 경우 ‘트럼프 리스크’로 수출 증가세가 조정될 것으로 보며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낮췄다.
KDI는 12일 이런 내용의 ‘KDI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KDI는 올해 한국 경제가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8월 전망치(2.5%)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올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것은 전적으로 내수의 영향”이라며 “금리 인하가 생각보다 늦어지면서 부정적인 영향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컸다”고 설명했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길어져 민간소비의 회복이 늦춰졌다고 판단했다. 올해 민간소비는 기존 전망(1.5%)보다 낮은 1.3% 증가할 것으로 수정했다. 내수 둔화에 따라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2.3%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2.4%)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올해 수출 증가 전망치는 7.0%로 유지했다. 반도체 중심의 양호한 수출 흐름이 지속했기 때문이다. KDI는 “글로벌 반도체 거래액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세계교역량 부진이 완화하면서 우리 수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나타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추세가 이어져 순대외자산이 국내총생산(GDP)의 50%에 가까운 수준으로 증가하는 등 대외건전성은 양호한 모습이었다고 봤다. 설비투자는 기존 전망(0.4%)보다 높여 1.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춘 2.0%로 제시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 공약을 살펴보면 전 세계에 관세를 올리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불확실성이 높아져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내년 총수출 물량을 2.1%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공약이 내년 안으로 실현될 경우 성장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 실장은 “내년 시나리오는 우선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이 없다고 가정한 것”이라면서 “(관세 인상이) 빠르게 진행되면 성장률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이날 한국 경제가 구조적 어려움에 봉착한 만큼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DI는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를 하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했다. 정 실장은 “통화정책은 물가에 조금 더 집중해야만 한다”며 “근원물가가 소폭이지만 내년 1.6%로 조금 올라가게 된다면 내년 하반기에 이르면 2%대로 갈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