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경기자
탄산음료나 스낵,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식품 등 초가공식품 섭취가 비만 아동·청소년의 대사이상 위험도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규명됐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내분비·신장질환연구과는 체질량지수(BMI)가 85 백분위수 이상인 8~17세 과체중·비만 아동·청소년 149명을 대상으로 초가공식품 섭취와 대사이상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초가공식품은 식품의 보존성, 맛, 편의성을 위해 산업적인 공정을 거쳐 식품에서 추출되거나 합성된 물질을 함유하는 식품을 말한다. 가공 과정에서 당, 가공지방, 염분 등이 많이 들어가는 반면, 비타민과 섬유소 등 영양소는 부족한 편이다. 국내 초가공식품 섭취는 지난 2010~2012년 사이 23.1%, 2016~2018년에는 26.1%나 증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연구팀은 초가공식품을 노바(NOVA) 분류체계에 따라 섭취 수준이 낮은 그룹(하위 3분의 1), 중간그룹(중위 3분의 1), 높은그룹(상위 ㄷ분의 1)으로 분류하고, 가장 낮은 그룹을 기준으로 나머지 그룹 간의 대사질환 위험도를 비교 분석했다. 비만 아동·청소년들은 하루 섭취식품량의 20.4%, 하루 섭취에너지의 25.6%를 초가공식품으로 섭취(중앙값 기준)하고, 섭취 수준이 가장 높은 군의 경우 하루 섭취식품량의 38.0%, 하루 섭취에너지의 44.8%를 초가공식품으로 섭취하고 있었다.
그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 수준이 가장 높은 군은 가장 낮은 군에 비해 지방간 위험이 1.75배, 혈당 조절이 원활하지 못해 혈액에 인슐린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상태인 '인슐린저항성' 위험은 2.4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지방이 10% 이상인 중등도 이상(moderate to severe)의 지방간 위험은 4.19배나 높았다.
이번 연구에선 또 섭취하는 식품 중 초가공식품 비율이 10% 증가함에 따라 중등도 이상의 지방간질환이 생길 위험은 1.37배 증가하고, 인슐린 저항성 유병 위험은 1.3배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에 참여한 비만 아동·청소년들은 자기공명영상(MRI) 측정 결과 83%가 지방간이 있었으며, 62.8%는 인슐린 저항성이 있어 지방간이나 제2형 당뇨 위험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비만 아동·청소년의 대사질환 유병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초가공식품 섭취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가정, 보육·교육시설 등에서도 초가공식품 섭취 감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7일 영양 및 건강분야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 온라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