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나훔기자
국내 게임 업체들의 실적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소위 ‘3N2K’ 체제가 종말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N2K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을 포함한 국내 주요 5개 게임사를 지칭하는 용어다. 이들 기업은 오랫동안 국내 게임시장을 주도해왔으나 최근 해외 매출 성과에 따라 각 사 실적 격차가 벌어지면서 ‘1N1K’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두드러진 평가를 받는 곳은 크래프톤이다. 올 3분기 크래프톤의 연결 기준 매출은 7193억원, 영업이익은 3244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7%와 71.4% 급증한 수치다. 특히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2조원(2조922억원)을 넘겼다.
넥슨의 3분기 실적 예상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매출은 1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5000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 업체의 실적을 견인한 건 해외매출이었다. 크래프톤은 대표 지식재산권(IP)인 ‘배틀그라운드’를 앞세워 지난 3분기 해외에서 6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역별로 아시아 81.9%, 한국 10.2%, 북남미.유럽 7.3%, 기타 0.6%다.
넥슨도 지난 5월 중국에서 출시한 모바일 게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7월에 선보인 ‘퍼스트 디센던트’는 한국 게임이 도전하지 않았던 루트슈터 장르에서 성공을 거두며 출시 하루 만에 13개국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넥슨은 올해 해외 매출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넥슨의 3대 핵심 IP인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FC를 기반으로 출시된 게임들의 2분기 글로벌 매출 합계는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넷마블도 올해 해외 매출 성장을 바탕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6473억원, 영업이익은 6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대표작인 ‘나 혼자만 레벨 업: 어라이즈’가 안정적인 인기를 끌며 해외 매출 비중은 77%에 달했다. 북미가 43%로 가장 높았지만 한국 23%, 유럽 13%, 동남아 8%, 일본 7%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해외 매출 비중이 29%에 그쳤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4019억원에 영업손실이 143억원에 달했다. 대표 IP인 리니지가 여전히 내수 위주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 밖에 카카오게임즈 역시 해외 매출이 25~30%에 불과하다.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3% 줄었고 영업이익은 80.1% 급감했다.
업계는 해외 매출 성과가 게임사의 실적과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 지표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한다. 게임 산업이 코로나19 특수 이후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국내 시장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해외 시장이 중요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해외 성과가 게임사들의 장기적인 성장과 수익성을 좌우할 것"이라며 "올해는 3N2K 시대가 마무리되고 넥슨과 크래프톤이 주도하는 새로운 판도가 형성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