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개특위, 26일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논의 재개
미뤄졌던 공청회 준비…2차병원 활성화 토론도
의료계 "탄핵정국 속 현장 목소리 반영 안돼" 반발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후폭풍 등으로 멈춰 섰던 의료개혁 논의가 재개된다. 정부는 의료개혁이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인 만큼 이미 준비 중이었던 정책들을 계속 추진하며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27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산하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원회'는 전날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미뤄졌던 제12차 회의를 열고 '비급여 관리 개선대책'과 '실손보험 개혁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비중증 과잉 비급여 등에 대한 관리 기전이 부족하고, 특히 이것이 실손보험과 결합해 의료 남용과 의료기관 간 불균형한 보상을 초래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의 가격·진료 기준을 집중 관리하는 체계, 가치기반 수가와 연계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개혁방안 논의에선 바람직한 의료 이용을 위해 실손보험의 자기부담 체계를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실손보험에 의한 의료체계 교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중증 비급여에 대한 보장은 적정화하되 중증, 희귀질환 등을 제대로 보장하는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조만간 의료사고 안전망과 관련된 논의까지 마무리되고 최종안이 나오면 내년 1월9일 예정된 공청회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초 구체적인 2차 의료개혁 실행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3차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자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사업'에 전국 47개 모든 상급종합병원을 참여시키며 일반병상 3600여개를 줄였다. 동시에 중환자실과 특수병상, 소아·고위험분만·응급 분야 병실과 설비는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했다. 그간 경증환자 진료에 투입됐던 의료진이 자연스럽게 중증환자 치료에 더욱 힘을 쏟게 된 셈이다.
나아가 정부는 동네 병·의원과 지역 내 종합병원의 체질 개선에도 나선다. 아직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우선 이달 말 2차병원 활성화 토론회를 준비 중이다.
다만 의료개혁이 계속 추진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이 의견이 엇갈린다. 비상계엄 이후 양측의 관계가 크게 악화하면서 의료계가 정부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특히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철회 등과 관련해선 대화조차 나서지 않으면서 탄핵정국의 어수선한 틈을 의료 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현장의 경험과 목소리가 반영 안 된 의료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필수의료정책패키지 등 지난 2월부터 정부가 추진한 의료개혁 방안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의료개혁으로 건강보험 재정 고갈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상도 변수로 작용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25일 ‘의료개혁과 비상진료대책을 반영한 건강보험 재정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정부의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과 비상진료 대책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은 내년부터 적자로 전환하고 누적준비금은 2028년 소진될 것으로 분석됐다. 당초 의료개혁 이전까진 건강보험 재정이 2026년 적자 전환하고 누적준비금은 2030년 소진될 것으로 예상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상급병원 구조전환, 비급여 진료 개편 등은 의료계도 찬성하고 국민들도 그 필요성에 공감하는 정책인 만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개혁 과제들에 대한 의료계 의견을 수렴한 뒤 추후 의개특위 논의 등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전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