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필기자
홈쇼핑 업계가 업황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날 조짐이다. TV 시청 인구 감소와 송출수수료 부담으로 고꾸라진 실적이 모바일 라이브커머스를 반등하고 있다. 특히 '탈TV' 전략을 적극 추진한 CJ온스타일과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올해 3분기 두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수익성 방어에 집중한 홈쇼핑 기업들은 매출이 뒤걸음쳤다.
14일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은 지난 3분기 매출이 33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9.6% 성장한 92억원을 기록했다. '최화정쇼' 등 대형 IP(지적재산) 프로그램에 이어 한예슬과 소유 등 유명 연예인을 기용한 모바일 라이브쇼가 선전하면서 외형 성장을 이루고 수익성도 개선됐다. CJ온스타일 전체 취급고는 8817억원으로 3.5% 줄었으나,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취급고는 88.6% 성장했다.
신세계그룹의 데이타방송인 신세계라이브쇼핑도 이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매출은 770억원으로 1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3억원으로 7% 신장했다. 에디션S, 블루핏, 에디티드 등 자체 패션 브랜드가 약진하고 관계사 연계 상품의 시너지 효과가 외형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홈쇼핑은 매출은 줄었지만, 패션·뷰티 등 고수익 상품을 앞세워 영업이익이 98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했다. 회사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렌털 등 저마진 상품 비중을 축소하고 패션·뷰티 편성 비중을 20% 늘리는 등 비용 구조의 효율성을 높인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데이터 기반 홈쇼핑사인 SK스토아와 KT 알파 역시 매출이 각각 717억원, 994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늘었다. KT 알파의 경우 영업이익 또한 3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1.3% 증가했는데, 이는 르투아 등 패션 PB(자체 브랜드) 라인업 확대 및 초우즌, 브루노제이, 타바로니 캐시미어, 팻무스와 같은 하반기 가을·겨울 패션 독점 브랜드를 출시한 것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반면 GS샵과 현대홈쇼핑은 여전히 업황 부진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GS샵은 매출 2510억원(-3.4%), 영업이익 186억원(-12.7%)을 기록했고, 현대홈쇼핑은 매출(2558억원)이 0.3% 늘었지만, 영업이익(90억원, -2.6%)이 감소세를 보였다. 이들 업체도 '탈 TV 전략'과 고마진 상품에 대한 판매 비중을 늘였지만, 경쟁사보다 차별화 상품에 대한 투자가 적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홈쇼핑 업계는 탈TV 전략을 가속화하는 한편, 동계 시즌을 맞아 패션 브랜드에 대한 판매를 강화해 실적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GS샵의 경우 9월 발표한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개편한 애플리케이션(앱)에 역량을 집중한다. 현대홈쇼핑도 지난 8월 리뉴얼한 현대H몰 앱을 기반으로 플랫폼 포트폴리오 다각화, 숏딜, 숏커머스 특화 등을 확장할 계획이다.
일부 홈쇼핑 업체들이 반등했지만, 업황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높은 송출수수료가 여전히 수익성의 발목을 잡고있다. 지난해 홈쇼핑 매출 대비 송출 수수료는 71%에 달했다. 상품을 판매해 100원을 벌면 이 가운데 71원이 송출수수료로 나간 셈이다. 이런 구조 탓에 지난해 국내 7개 TV홈쇼핑 업체 전체 영업이익이 34.9%나 줄었다. 수수료 부담이 줄지 않으면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이익 상품 중심 포트폴리오 강화로 실적 반등은 이뤘지만, TV 시청 인구 감소와 높은 송출수수료 부담으로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라며 "내실 있는 경영에 역량을 집중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