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에…美빅테크 조준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 미뤄질 듯

무역 보복 우려

AP연합뉴스

‘트럼프 재집권’으로 사실상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를 겨냥한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이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세법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으로 138개 국가가 대미 수출에 대한 높은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우려한 나머지 현재 논의 중인 글로벌 디지털세 제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은 다국적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취지로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0개국(G20)에서 처음 논의됐다. 이익률이 10%가 넘는 다국적 대기업이면 초과 이익의 25%를 매출 발생국에 내야 하는 필라1과 다국적기업의 소득에 대해 특정 국가에서 최저 세율(15%)보다 낮은 실제 세율이 적용될 경우 다른 국가가 그만큼 추가로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필라2가 내년 도입을 목표로 논의 테이블에 올라 있다.

디지털세는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에 악재다. 그럼에도 다자간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공화당 반대에도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에 대해 공감대를 일부 형성했고, 비준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으로 글로벌 디지털세에 대한 논의는 보복 조치로 주요국 간 합의가 불발되며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웨이 추이 세법 교수는 “트럼프가 집권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세를 논의·적용하는 데 (각국 정부들은) 망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글로벌 디지털세는 각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도입한 디지털세로서 명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디지털세를 부과했거나 부과할 계획이었던 11개국에 대해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

내년부터 디지털세를 도입 예정인 캐나다는 긴장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의 반발에도 캐나다에서 연간 2000만캐나다달러 이상 벌어들이는 빅테크이면서 전 세계 수익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기업에 한해 캐나다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3%를 부과하기로 했다. 사실상 캐나다 시장에서 독과점하고 있는 검색 기업 구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등 미국 빅테크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오스트리아 등 유럽은 이미 독자적인 디지털세를 도입한 상태다. 미 싱크탱크 ‘조세 재단’의 다니엘 번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새 행정부에서) 디지털세를 시행하는 국가에 대한 잠재적인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유럽 일부에서는 빅테크에 대한 디지털세 부과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EU 세금 정책을 담당할 웁케 호크스트라 위원은 “디지털세에 대한 글로벌 합의가 도달할 수 없는 만큼 (유럽 차원에서) 디지털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제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