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박한 인심, 바가지는 없다…1인당 한끼 '1만원' 들고 가는 제주식당들[디깅 트래블]

숨도 동백꽃·산굼부리 억새·요트투어 체험
갈비·몸국·두루치기…1만원 식사 '착한가격업소'

제주는 풍광과 위치 등 모든 조건에서 완벽한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런 제주 고유의 아름다움과 지역 문화를 따라가는 여정을 갖는 것은 여행자에겐 언제나 흥미로운 경험이다.

하지만 올 한 해 제주는 비계 삼겹살에 치킨 갑질 사건, 엔저 현상으로 인한 바가지, 고물가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앓았다. 한창 뜨거워야 할 성수기 제주는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은 시기를 보냈고, 올해 상반기 국내 관광수지는 54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렇게 금요일 오후,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이번 여행은 ‘가성비’를 주제로 삼아 봤다. 적은 예산으로도 제주도의 매력을 최대한 느낄 수 있는 방법들을 직접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희선 제주 몸국의 대표메뉴인 몸국. [사진 = 김희윤 기자]

제주에 스며드는 진정한 맛, 김희선 몸국

공항을 나와 제주의 바람을 만끽하며 찾아간 첫 목적지는 제주시 용담의 ‘김희선 몸국’이다. 제주 전통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이곳은 가성비 여행의 필수 코스다. 몸국은 고기 육수에 해조류인 모자반과 수제비를 넣어 끓인 제주만의 음식이다. 처음 숟가락을 들어 맛보는 순간, 예상치 못한 깊은 맛이 혀끝을 울린다.

오래도록 우려낸 육수와 바다 내음을 품은 모자반, 그리고 수제비의 담백한 조화가 유달리 깊다. 이곳에서는 몸국 외에도 고사리육개장과 성게미역국을 함께 맛볼 수 있으며, 고등어구이와의 조화는 잊을 수 없는 별미다. 특별히 이름이 '김희선'인 손님에게는 고등어구이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도 있다니, 이색적인 경험을 놓치지 말자.

제주 서귀포 대정 M1971 선셋 요트투어. [사진제공 = M1971]

바다의 주인, 야생 돌고래와의 만남

제주 서귀포 대정의 M1971 요트 선착장은 야생 돌고래와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오후 4시 30분에 출항하는 '돌고래 에코 투어 선셋'은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멋진 낙조를 감상하며 돌고래와 한껏 가까워질 기회를 제공한다. 오후의 태양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는 시각, 파도를 가르며 석양을 감상하는 요트 멀리 호기심 많은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움직임이 관찰된다. 직접 눈앞에서 마주하는 돌고래의 움직임은 기이할 정도로 자유롭고 유려하다. 투어가 끝날 즈음, 어느새 붉은 낙조가 서쪽 바다를 물들인다.

서귀포 동호갈비의 간판메뉴인 매운문어갈비찜. [사진 = 김희윤 기자]

돼지 생갈비의 진미, 서귀포의 동호갈비

저녁 메뉴로 선택한 서귀포의 '동호갈비'는 생갈비 전문 식당이다. 300g에 단 22,000원이라는 가격으로 제주 흑돼지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보통 양념으로 재워진 돼지갈비를 떠올리지만, 이곳에서는 담백한 생갈비를 제공한다. 육향이 가득한 돼지 생갈비는 이곳 사장님이 자랑하는 히든 메뉴다. 사실 동호갈비의 간판 메뉴는 '통문어 매운갈비찜'으로 쫄깃한 식감의 통문어와 육즙이 살아있는 갈비, 맵칼한 양념이 치고 들어오는 순간순간, 각 테이블마다 소주잔 부딪히는 소리가 줄곧 이어진다. 제주에서 가성비 맵부심 요리를 즐기고자 하는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숨도 귤림성에 만개한 동백과 멀리 보이는 눈 덮인 한라산. [사진제공 = 제주도관광협회]

숨이 모여 쉼이 되는 곳, 숨도 귤림성

이튿날 아침, 서둘러 찾은 ‘숨도 귤림성’은 제주의 자연이 가득한 곳으로, 이름 그대로 심호흡을 내쉬고 싶은 곳이다. 이곳은 여름에는 수국정원으로, 겨울에는 동백정원으로 변화하는 곳이다. 오랜 시간 자연과 함께한 다양한 식물들이 고요한 아름다움으로, 마음의 평화를 주는 이곳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석부작으로 이뤄진 정원은 한 폭의 산수화와 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자연 그대로를 살리려는 정성이 담겨 있다. 제주의 대표적인 토양인 현무암에 제주 자생식물을 얹어 만든 석부작은 자연 속 예술을 담아낸 듯한 정취를 더한다. 산과 들을 압축해 놓은 듯한, 한폭의 산수화 같은 제주를 보는 듯하달까.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풍선꽃, 철쭉, 팜파스, 국화 등 각양각색의 꽃들이 만발해 제주의 다양한 계절을 만끽할 수 있다.

석부작은 제주에 분포하는 대표 암석인 현무암을 활용, 제주에 서식하는 식물로 만든 야생초와 돌을 아름답게 조화시킨 작품으로 돌과 식물의 형태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사진 = 석부작박물관]

1만여 평의 넓은 대지에 펼쳐진 식물원은 발길을 멈추게 하고, 돌 위에 자리한 자생식물들은 제주만의 특별한 매력을 뽐낸다.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추천하는 곳으로, 승마, 카트, 사격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가능하다. 테마공원과 갤러리, 야외 폭포까지 갖춰 여행객에게 자연의 싱그러움과 함께 여유를 선사한다.

또한, 이곳에서 주목할 곳은 '사운드오브아일랜드홀'. 주인장이 직접 고른 15만 장의 LP가 구비되어 있어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고즈넉한 공간에 울려 퍼지는 음악과 함께하는 시간은 무념무상의 경지를 느끼게 한다. 이와 더불어 '숨도 카페'에서는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향긋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아삭한 야채와 제주 흑돼지의 쫄깃한 식감이 한데 어우러진 새서울두루치기의 '흑돼지두루치기'

소박한 밥상에서 느끼는 진심, 새서울 두루치기

둘째 날 점심에는 서귀포에 있는 '새서울 두루치기'를 찾았다. 제주 흑돼지와 아삭한 채소가 어우러진 이곳의 두루치기는 단돈 8,000원이라는 믿기 힘든 가격에 제공된다. 이곳의 진수는 볶음밥을 즐기는 법이다. 고기와 채소를 남겨둔 채 마지막에는 밥을 넣어 볶아 먹는 법을 추천받았다. 콩나물, 무채, 파채와 함께 어우러진 흑돼지의 맛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섰고, 그 맛은 자극적이지 않아 언제 먹어도 부담이 없다.

제주 산굼부리 분화구 속 억새밭. [사진 = 한국관광공사]

억새 물결의 고요한 아름다움, 산굼부리

우리는 제주를 알리는 한 장면, '산굼부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굼부리란 화산체의 분화구를 의미한다. 화산이 남긴 분화구 안에 너른 초원과 억새가 어우러지며 자연이 그린 그림이 펼쳐진다. 푸른 초원과 하얗게 넘실거리는 억새의 조화는 한 폭의 회화가 되고, 수많은 사람이 흩어지는 가운데 나는 혼자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곳의 억새밭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일렁이고, 은빛 물결은 이내 찬란한 파도로 내리 나를 맞이한다.

용암석 사이로 피어 있는 지의류와 용암석 위를 걷다 보면, 걸음마다 자연이 나에게 말을 걸듯 밀려든 돌들이 함께 반기는 느낌이다. 자연스럽게 제주가 건네는 자연의 속삭임을 듣게 된다. 정상에 다다른 순간, 한눈에 들어오는 성산일출봉과 여러 오름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곳에서 본 제주의 표정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모습들로 남았다. 억새와 푸른 초원의 황홀함을 느끼며, 서서히 마음속에 제주를 새겨나갔다.

더 그랜드 섬오름호텔. [사진제공 = 더 그랜드 섬오름호텔]

바다를 품은 안식처, 더 그랜드 섬오름호텔

이번 여행의 숙소는 서귀포의 ‘더 그랜드 섬오름호텔’이었다. 범섬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제주 특유의 넉넉한 풍경을 제공한다. 두 곳의 넓은 야외 수영장과 온수 자쿠지는 입구에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데, 제주도의 온화한 기후 덕분에 11월까지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추운 계절에도 실내 수영장에서 물놀이와 휴식을 누릴 수 있다.

서귀포의 매력적인 해안선. 특히, 경관이 아름다운 범섬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은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들었다. 탁 트인 풍경으로 쉼의 품격을 한층 높인 입지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멀게 느껴졌던 공항과의 거리를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또한, 고급스러운 서비스와 편안한 룸 컨디션을 제공하면서도 고가 호텔 대비 합리적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어 가성비를 중시하는 여행객의 높은 재방문율을 자랑한다고 한다.

더 그랜드 섬오름호텔 야외 그랜드 풀 전경. [사진제공 = 더 그랜드 섬오름호텔]

제주 현지 재료로 구성된 다채로운 조식 메뉴도 훌륭하지만, 현지인들이 손꼽는 메뉴는 중식으로 제공되는 짬뽕이었다. 진하고 얼큰한 국물에 면발의 탄력이 어우러진 그 맛은 제주의 대자연을 닮은 듯 깊은 풍미를 담았다.

1박 2일, 짧은 제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가성비라는 단어 속엔 단순한 가치 이상의 것들이 담겨 있었다. 약 30만원에 항공료, 숙박, 식사, 투어를 포함한 이 여행은 가격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쌓는 여정이었다. 아이처럼 수줍은 감성으로 제주의 모든 맛과 풍경을 마음껏 담아가고 싶었다. 제주가 준 이 작은 선물들은 내 마음속 깊이 새로운 기억으로 각인되고, 언제가 다시 찾을 날을 고대하게 만든다. 제주, 그곳은 끝없이 아름답고 나를 다시 부르며 기다리는 곳이 아닐까.

문화스포츠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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