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11·5 미국 대선을 앞두고 나온 각종 여론조사에선 박빙의 승부가 점쳐졌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설문에 응답을 거부하거나 본심을 숨기는 '샤이 유권층' 때문에 조사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 2016년 대선에서 여론조사 기관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예측을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소심한 트럼프 지지자'(shy Trump voters)를 지목하며 이번 대선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대 힐러리 클린턴 후보보다 전국 득표수는 적었으나 더 많은 선거인단을 차지해 대통령에 최종 당선된 바 있다.
최근 PBS 뉴스가 전국 유권자 12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51%의 지지율을 기록해 트럼프 전 대통령(47%)을 4%포인트 앞섰다(오차범위 ±3.5%포인트). 그러나 WSJ는 이러한 해리스 부통령의 전국 단위 우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세를 과소평가한 결과일 수 있다고 짚었다. 설문 응답을 거부하거나 자신의 지지 후보를 거짓으로 얘기하는 샤이 보수층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주 발표된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 칼리지의 경합주 여론조사에서는 백인 민주당원이 백인 공화당원보다 여론조사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NYT는 "통계적 조정을 통해 표본 불균형을 해소할 수는 있지만, 트럼프의 실제 지지율을 전적으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샤이 해리스 지지자들도 이번 대선의 변수다. 민주당 광고 제작자인 마크 퍼트넘은 "트럼프를 뽑도록 압박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환경에서 여성 유권자들이 해리스에 투표하겠다는 본심을 여론조사원들에게 숨기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최근 민주당 측에선 미 할리우드 배우 줄리아 로버츠의 목소리를 통해 "투표소에서 있었던 일은 밖에서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아내가 남편 몰래 해리스 부통령을 찍는 모습을 담은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밖에 선거 당일 유권자 등록을 하는 사람들 또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은 각 주에서 관리하는 유권자 명단에 등재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하는데, 위스콘신·미시간·네바다 등 주요 경합주를 비롯한 여러 지역이 선거 당일 등록과 투표를 허용하고 있어 표심 확인이 어렵다. 일례로 2020년 대선 당시 위스콘신에서는 약 6만8000명이 선거일 날 유권자 등록을 했는데, 이는 해당 지역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표 차(약 2만700표)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