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기자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한복판에서 무면허 상태로 운전을 하다 8중 추돌 사고를 일으킨 20대 운전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테헤란로 1~3차로에서 무면허 상태로 운전하다 차량 7대를 들이받고 역주행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로 9명이 다치고 이 중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무면허 운전자들이 야기한 교통사고가 연평균 5000건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부상자도 7000명 넘게 발생하고 있지만, 무면허 운전자들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어 규제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면허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총 2만5341건으로 집계됐다. 매년 평균 5068건가량 발생한 셈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2020년 각각 5177건과 5307건을 기록했던 무면허 교통사고는 2021년(4626건) 소폭 감소했지만, 이듬해 다시 5000건대를 회복해 2023년에는 5165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년간 무면허 교통사고로 죽거나 다친 부상자 수는 각각 696명, 3만5169명이다. 매년 139명이 무면허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7033명이 부상을 입은 셈이다. 이처럼 무면허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가 매년 수천건에 이르고 있지만, 처벌 수위는 미미한 실정이다. 사고 당시 별도로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면 무면허 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최대 1년 이하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 수준에 그친다.
아시아경제가 무면허 운전 단독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의 1심 판결문 14건을 분석한 결과 9건은 징역 10월 미만의 실형을 선고받는 데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3건,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사례가 2건으로 마찬가지로 처벌 수위가 높지 않았다.
처벌 수위가 가볍다 보니 과거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재차 무면허 운전을 일삼는 운전자들도 있다. 2021년 전주지법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무면허 운전으로 4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피고인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전북 고창군에서 무면허 상태로 1t 화물트럭을 운전하다가 또다시 기소됐다. 지난 8월 춘천지법 원주지원도 집행유예 기간 도중 다시 무면허 상태로 차량을 몰은 피고인 B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B씨는 무면허 운전으로 3차례 처벌을 받고 교통 사망 사고를 낸 전력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는 재판부의 솜방망이 처벌만으로 무면허 운전 근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무면허 운전에 대한 최대 형량이 징역 1년이라 해도 대다수 피고인은 집행유예 또는 1년에 못 미치는 실형을 선고받는다"며 "피고인이 짊어져야 할 법적 책임이 가벼울 경우 범행동기를 억제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