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화웨이·텐센트…빅테크, 中구이저우로 가는 까닭은

[르포·中 빅데이터 메카를 가다]
자원·지형·기온 '3박자' 천혜의 환경

한때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촌(村)'으로 여겨졌던 중국 남서부의 구이저우성.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유명 바이주인 '마오타이' 외엔 내놓을만한 것이 없던 산간벽지가 최근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심장부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동부 지역의 데이터를 서부에 가져와 처리한다는 중국의 국가급 프로젝트 '동수서산(東數西算)'을 앞세워 이곳 구이저우는 빅테크의 쌀, '빅데이터'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화웨이, 텐센트, 차이나모바일·차이나텔레콤·차이나유니콤 등 이동통신 3사에 이어 미국의 애플 등 글로벌 기업까지 이 프로젝트에 화답했다. 시골 마을의 전형이던 구이저우는 어떻게 빅데이터 밸리로 성장하게 됐을까.

올해 상반기 기준 구이저우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738억위안(약 207조1252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성장을 거두며 전국 평균 성장률(5.0%)을 크게 앞질렀다. 경제 규모 상위 성 대부분이 올해 상반기 성장세가 꺾인 데 반해, 구이저우는 지난해(4.9%)보다 상반기 성장률이 뛰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성장의 중심엔 빅데이터 산업이 있다. 중국의 빅데이터 산업 규모는 올해 기준 464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상업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4~2029년 중국 빅데이터 센터 건설 및 발전 전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빅데이터 산업 규모는 2조4000억위안에 달해 전년(1조9000억위안) 대비 26.3%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2022년(18.0%), 지난해 성장률(21.0%)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사실 구이저우가 빅데이터 밸리로 변신한 것은 '자연의 결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평균 23도의 낮고 안정적인 기온과 지진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가 드문 기후는 자연 냉각과 안정적 데이터 보관을 가능케 했다.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뿐 아니라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신에너지 등 전력 자원이 풍부해 전기요금이 저렴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구이저우의 전기 가격은 킬로와트시당 0.45위안 수준으로 전국 평균(0.55위안) 대비 20% 가까이 저렴하다.

지난 8월 촬영된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안 신구에 위치한 텐센트의 데이터센터 전경. 장비 냉각에 용이한 동굴의 형태로, 현지 지형의 장점을 살렸다. (사진 출처= 신화통신)

뤄위 구이저우 외사판공실 부주임 (사진 촬영 = 김현정 기자)

지난달 25일 방문한 구이저우성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선선한 20도 안팎의 기온이었다. 한여름의 폭염도, 한겨울의 혹한도 이곳에서는 경험하기 힘들다. 뤄위 구이저우 외사판공실 부주임은 "이곳 특유의 카르스트 지형(전체 면적의 73.8% 차지)과 서늘하고 자연재해가 드문 안정적인 기후 등 덕에 빅데이터 밸리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밸리 입주 기업들에는 전기세, 수도세 등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면서 "서버 장비가 많은 기업들에게는 큰 이점이 된다"고 소개했다.

빅테크뿐 아니라 의료 서비스 등 지역 발전 불균형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빅데이터 산업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국 전역 각지에서는 중국 랑마(朗?)그룹이 개발한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 진료가 가능한데, 관련 질환 정보 서버가 바로 이곳 구이저우에 있다. 구이양 소재 빅데이터 전시관 관계자는 "현재까지 진료 수 1154만회를 넘어섰고, 협진 케이스도 2만9700여건에 달한다"면서 "서버에 3억6000만명 이상 환자의 질환 정보가 저장돼 있고, 해당 클라우드는 정부가 운영하며 안전하게 관리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지역 관광도 데이터화해 관리하고, 코스와 서비스 제공 등에 활용한다.

한국 기업 가운데 이곳에 빅데이터센터를 개소한 곳은 현대자동차가 유일하다. 다만 서버는 아직 베이징에서 이전하지 않았고, 센터 규모도 미미해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산업IT부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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