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진기자
금융위원회가 내년도 '새출발기금'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재원은 줄었는데 정부 출자를 늘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1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년도 정무위원회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의 새출발기금 채권매입 소요 재원이 당초 18조원에서 13조6000억원으로 4조4000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정부 출자 규모는 오히려 3조6000억원에서 4조100억원으로 늘어났으며,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자체 부담은 14조4000억원에서 9조590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새출발기금은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부실(우려)차주에게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정부가 출자 규모 산정을 위한 예상부도율을 상향(20%→29.5%)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금까지 해당 사업에서 실현된 손실은 없는 상황에서 다른 유사 채무조정 프로그램(과거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속·사전 채무조정과 개인 워크아웃, 자산관리공사의 채무조정 프로그램 등)의 실효율을 참고해 낸 결과라는 입장이라고 예정처는 설명했다.
이에 예정처는 "아직까지 채권 부도에 따른 손실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매년 정부 출자가 이뤄지면서, 총 재원 조달 규모 대비 정부 출자 비중이 계획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 출자 규모의 적정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환보증 대위변제 사업도 과다 계상 우려가 제기됐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금리(연 7% 이상) 대출을 저금리(연 5%대) 보증부대출로 전환하는 대환보증 상품에 대해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는 사업인데, 금융위는 2025년도 계획안을 전년(2544억원) 대비 180.6% 늘린 7139억원으로 대폭 증액 편성했다. 이는 금융위가 올해 말 부실잔액을 782억원으로 예상한 가운데, 내년도 부실순증액이 9328억원 발생할 것을 전제로 한 편성이다.
다만 예정처에 따르면 현재까지 보증공급 실적은 1조4951억원으로 올해 공급목표(9조5000억원)의 15.7%에 불과한 상황이다. 예정처는 "대환보증은 3년 거치 7년 분할상환 구조라 보증공급이 확대되더라도 곧바로 부실발생과 그에 따른 대위변제 소요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부실발생 추이와 거치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도 계획안 규모를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민금융 지원을 위한 '햇살론15' 사업의 경우에는 반대의 문제가 제기됐다. 금융위는 2025년도 예산안에 전년과 동일한 900억원을 편성했는데, 이는 보증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예산정책처는 분석했다. 올해와 동일한 규모(6500억원)의 보증공급을 위한 예산이 잡혔는데, 햇살론15의 보증공급 규모는 2021년부터 매년 1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햇살론15는 보증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예산을 동결하는 등 사업별로 예산 편성의 불균형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7월 국민행복기금에서 서민금융진흥원으로 이관된 햇살론15는 저소득·저신용자의 제도권 금융 이용을 지원하는 서민금융 상품이다. 금융위와 서금원은 이 사업이 재정지원이 아닌 국민행복기금 사업으로 시작된 것이며, 서금원에 대한 출연은 국민행복기금의 일시적 재정 부족으로 인한 한시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재정당국과 협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예정처는 "최근 경기상황과 가계부채 추이 등을 고려하면 햇살론15를 비롯한 대출 보증 상품에 대한 수요가 단기간에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예상되는 보증 규모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재원 확보 방안 등의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