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리기자
"삼성이 현 위기를 돌파하려면 판을 흔들어야 한다."
이광형 카이스트(KAIST) 총장은 1일 서울 강남구 아이타워에서 열린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장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대한민국 전략'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이 총장은 현재 삼성전자의 위기가 과거 인텔과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PC 시대 반도체 시장을 지배했던 인텔은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영국 암(ARM)에 패권을 빼앗겼다. 삼성전자 역시 모바일에서 AI 시대로 넘어가는 생태계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게 이 총장의 생각이다. 그는 "반도체만 보면 생태계 변화를 알 수 없다"며 "생태계 기반이 되는 컴퓨팅 모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위기를 돌파하려면 새로운 컴퓨팅 모델에 따른 반도체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도체 생태계는 모델-반도체-메모리-패키징-소프트웨어(SW)가 한 묶음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현 엔비디아 중심 체제를 깨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새로운 모델이 나오도록 원천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등 판을 흔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시대에 우리나라에 필요한 전략으로는 '국제 공조'를 들었다. AI 패권을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과 비교해 자본력이나 시장 크기가 뒤지는 만큼 공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총장은 "동남아시아나 중동과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등 연합해야 한다"며 "네이버도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AI 연합을 결성했다"고 예를 들었다.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도 주문했다. 최근 미국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AI 개발 방향을 설정한 것처럼 AI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군과 정보기관에 AI의 중요성과 위험을 강조하는 국가안보 각서에 서명했다. 이 총장은 "AI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반도체와 조선산업처럼 AI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AI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체제로 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며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AI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