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이탈리아 로마로 가족여행을 긴 영국의 10대 소녀가 한 현지 식당에서 식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소녀는 평소 땅콩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 가디언 등 외신은 여행차 로마를 방문했던 10대 소녀가 저녁 식사 후 돌연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여행차 로마를 방문한 스카일라(14)는 지난달 24일 트라스테베레 지구 자니콜렌세에 위치한 한 피자 가게에서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한 뒤 호텔로 돌아왔다. 이어 도착한 지 약 15분 만에 발작 쇼크가 발생했고 즉시 구급차에 이송했지만, 병원 도착 전 숨을 거뒀다. 스카일라는 알레르기 반응에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특정 물질에 대해 몸에서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극소량만 접촉하더라도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는 심각한 알레르기 질환이다. 즉각 치료하면 큰 문제 없이 회복되지만 늦어지면 호흡 곤란, 저혈압, 의식 소실 등이 나타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치료 방법은 에피네프린을 사용하는 것이다. 휴대용 에피네프린이 있으면 먼저 허벅지에 자가 주사한 뒤 바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증상 완화를 위해 에피네프린 외에도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혈압 상승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나타나는 원인은 다양하다. 해산물, 유제품, 견과류 등 평범한 식품이 되기도 하고 성인의 경우 약물이나 곤충도 주된 이유가 될 수 있다. 스카일라는 평소 땅콩 알레르기를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피자 가게에서 제공한 음식에 땅콩 성분이 들어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일각선 현지 가게서 제공한 마지막 메뉴인 디저트에서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함유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카일라의 부모는 주문 당시 웨이터에게 이탈리아어와 영어를 섞어 딸의 땅콩 알레르기 사실을 알렸다고 주장했다. 다만 웨이터가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주방까지 전달이 됐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현지 경찰은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해 부검과 독성 검사를 진행 중이다. 스카일라의 가족은 영국으로 돌아갔으며 법의학 검사가 끝나면 시신을 돌려받기 위해 다시 로마를 방문할 예정이다.
앞서 가디언은 지난 2015년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었던 7살 영국 소년은 이탈리아 남부 소렌토 해안가를 여행하던 중 우유로 만든 파스타를 먹고 숨졌다. 유가족이 레스토랑을 상대로 오랜 법정 싸움을 벌인 결과, 음식을 서빙한 웨이터는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돼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다만 요리사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유가족은 28만 8000파운드(5억 1558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