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석기자
고려아연이 갑작스럽게 주주배정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진행합니다. 최근 공개매수를 위해 빌렸던 차입금 2조3000억원을 갚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유상증자로 인해 우호 지분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됩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주당 67만원으로 373만2650주를 발행해 2조5009억원을 조달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영풍과 최근 경영권 분쟁을 펼치면서 공개매수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는 89만원,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83만원이었습니다.
이번 유상증자에 투자자들은 당혹스러울 것 같습니다. 갑작스럽게 실시되는 유상증자이기 때문이죠. 최근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 등으로 인해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시가총액 9위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달 30일 유증 공시로 인해 하한가를 기록했습니다. 31조원에 달했던 시가총액도 10조원 가까이 사라졌습니다.
특히 자금을 사용하는 용도도 투자자들에게 불만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증권신고서를 살펴보면 고려아연은 조달한 자금 중 1350억원은 온산제련소 시설 투자,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종속회사 출자금으로 658억원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2000억원 외에 2조3000억원은 모두 차입금 상환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에 4000억, SC은행 5000억, 메리츠증권 1조, 한국투자증권 2000억, KB증권 2000억원 등입니다. 참고로 전체 차입약정 한도는 3조1000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는 최근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하기 위해 빌린 금액으로 보입니다. 공개매수설명서를 살펴보면 고려아연은 메리츠증권에게 1조원, 하나은행과 SC은행으로부터 1조6000억원을 빌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같이 공개매수를 진행한 사모펀드사 베인캐피탈의 특수목적법인 트로이카드라이브인베스트먼트(TROIKA DRIVE INVESTMENT, L.P.)는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3700억원을 대출받았습니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살펴볼 부분은 청약한도입니다. 이번 유상증자의 총 공모주식 중 20%는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하고 나머지는 일반청약으로 진행합니다. 그런데 청약한도로 인해 우리사주조합 외에는 3%를 초과해 청약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우호 세력이라고 볼 수 있는 우리사주조합엔 4%가 배정됩니다. 반면 현재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0.6%만 받을 수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다음 달 28일 확정 발행가액을 산정하고 바로 다음 날에 공고할 예정입니다. 이어 12월3일에는 우리사주조합 청약을, 같은 날부터 다음날까지는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가 어떻게 될지는 미정입니다. MBK·영풍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죠.
금융당국의 반응도 변수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신고서에 "공개매수 이후 회사 재무구조에 변경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장래계획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명시했던 만큼 여기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