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욱기자
서울 내 집값 양극화로 지역별 아파트 가격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3.3㎡당 아파트 매매가가 가장 높은 곳은 서초구로, 가장 낮은 강북·도봉구보다 집값이 약 3.6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도봉구 등 지역은 신축 단지가 없어 서울 내 다른 지역과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기준(지난 18일까지 집계) 서울에서 3.3㎡당 아파트 매매가격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초구(7746만원)다. 가격이 가장 낮은 강북·도봉구는 각각 2180만원으로 똑같았다. 서초구와 3.6배 차이가 났다. 서울 전 지역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4123만원이다.
'국민평형'(공급면적 114㎡·전용면적 84㎡)에 이 가격을 적용해보면 서초구와 강북·도봉구 집값은 19억원 이상 차이 난다. 서초구의 국민평형 아파트의 가격은 약 26억7589만원이고, 강북·도봉구는 7억5309만원이다.
양쪽 간 격차는 작년보다 더 커졌다. 서초구의 3.3㎡당 아파트 매매가격은 1년 전보다 올랐지만, 강북·도봉구는 떨어져서다. 서초구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지난해 10월 7489만원이었는데 1년 새 257만원 올랐다. 반면 강북·도봉구는 1년 전 가격(강북구 2225만원, 도봉구 2184만원)보다 내려갔다.
강북·도봉구 같은 지역에는 신축 단지(입주 5년 이내)가 없는 게 양극화의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신축 아파트가 많을수록 평균 집값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는 "서초구 아파트의 3.3㎡당 가격이 7000만원~8000만원 사이인데, 새 아파트는 3.3㎡당 1억원을 넘긴다"라며 "신축 효과 덕에 입주 물량이 많더라도 집값은 뛰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기준 강북·도봉구는 이 같은 신축 단지가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봉구에는 준신축 단지(입주 6~10년 이내)도 없다. 강북구의 준신축 아파트는 총 524가구다. 이와 달리 서초구의 새 아파트는 2574가구이며, 준신축 단지는 5059가구다.
청약시장에서도 지역별 온도 차이가 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분양 26건 중 서초구가 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와 달리 강북구와 도봉구에서는 분양한 단지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극화가 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서울에서 신축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법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하는 건데, 강북·도봉구의 정비사업은 쉽지 않다"라며 "이들 지역은 강남 지역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편으로 주민들이 분담금을 내기 어려워 사업에 속도가 붙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의 경우 서초구나 강북·도봉구나 건축비는 똑같다"라며 "문제는 같은 분담금이라도 이 규모가 서초구에서 기존 집값보다 훨씬 낮지만, 강북·도봉구에서는 집값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강북·도봉구에서는 서초구와 달리 정비사업 시 사업성이 떨어져 새 아파트가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한솔 경제만렙 리서치연구원은 "서초구와 달리 강북·도봉구에서는 분담금을 내고 재건축 사업을 진행해도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아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아파트 3.3㎡당 매매가가 높은 곳은 서초구에 이어 강남구(7425만원), 송파구(5754만원)가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의 신축 단지는 각각 1만798가구, 2568가구다. 낮은 곳 순으로는 강북·도봉구 뒤로 금천구(2205만원), 중랑구(2434만원) 순이었다. 이들 지역에서도 입주 5년 이내의 아파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