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신고하면 1번 단속'…제어 안 되는 어린이 보호구역 불법 주차

최근 3년간 평균 10만1800건
불법 주정차 단속 강화에도 여전
"도심 주차 공간 확보 병행돼야"

어린이 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문제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지자체가 주민 항의 등에 부딪혀 단속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단속을 강화하는 방식으론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며 지역 내 주차 인프라 개선에 대한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 차량들이 주차돼있다.[사진=이서희 기자]

2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안전신문고'에 접수된 '어린이 보호구역 불법 주정차 신고' 건수는 평균 10만건을 웃돈다. 2021년 11만여건이었던 어린이 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민원은 2022년 9만7000여건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2023년 9만8200여건으로 다시 늘었다. 올해 9월까지 접수된 신고 건수도 7만1301건이다.

2021년 정부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과태료를 일반도로(4만원)의 3배 수준인 12만원으로 상향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주차된 차량이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상대적으로 신장이 작은 어린이들이 차량에 부딪히는 사고가 반복되자 이를 예방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여전히 어린이들이 주로 다니는 하교 및 하원 시간에 불법 주정차 차량이 집중된다고 토로한다. 실제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 초등학교에서 불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어린이 보호구역엔 불법 주정차 차량이 빼곡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임혜진씨(42)는 "이 동네는 가뜩이나 길이 좁은데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아이들이 길을 지나다니기도 쉽지 않다"며 "몇 번 민원도 넣어봤는데 10번 신고하면 1번 나올까 말까 한다. 지자체에서도 단속에 손을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 주정차 차량을 단속하는 담당 공무원들은 현실적으로 근절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식이법 등 어린이 보호구역 내 안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각 지자체가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카메라가 없는 사각지대를 노린 차량까지는 현실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교통실 주차계획과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 차량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단속 카메라 대수도 늘리고 단속원도 꾸준히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단속의 빈틈을 노린 차량까지 완전히 근절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지자체에서 단속만 강화하자니 인근 상인과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안 그래도 경제가 어려운데 주정차까지 하지 못하게 하면 어떡하냐',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항의 민원도 들어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심 지역의 주차 인프라 개선 없이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내다봤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심 지역의 주차 공간을 확보해주지 않고 단순히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단속만을 강화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며 "업무 시간이 끝난 후인 야간에 공공기관의 공영 주차장을 인근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민간 주차장도 동참하도록 유도해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주민들이 자차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셔틀버스 등을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주차 공간 문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지금부터 풀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부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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