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기자
중동지역 전쟁 긴장감이 커지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공식 석상에 오를 때마다 오른쪽 가슴에 달고 나오는 노란 리본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의미로 사용된 노란 리본이 타국 총리의 옷깃에 달려 있어서다. 이스라엘에서 노란 리본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의미가 있다.
사회적 의미를 담은 이 리본의 정식 명칭은 '인식 리본'(Awareness ribbon)이다. 인식 리본의 유래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가장 유력한 것은 19세기 미국 남북전쟁 당시 군인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그들의 가족이 노란 리본을 전장에 묶어둔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이후에는 군인이 아니더라도 멀리 있는 사람의 무탈함을 기원하거나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로 널리 사용됐다. 1979년 미국인 52명이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에 인질로 억류된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미국에선 노란 리본 달기 운동이 전개됐다.
현재 이스라엘에서도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인질 250여명을 납치했는데, 일부 인질은 석방되거나 팔레스타인 수감자와 맞교환됐지만, 여전히 많은 인질이 하마스에 억류된 상태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남은 인질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의미에서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 지난 6일 하마스 공습 1주년을 맞아 열린 추모식에서도 노란 리본이 사용됐다.
홍콩에서는 노란 리본이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쓰인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민주화 시위대의 상징물이 노란 우산이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홍콩 시민과 학생들이 노란 리본을 달고 반(反)중, 민주화 시위에 나서자 당시 친중단체들은 홍콩 시민들이 달고 있는 노란 리본에 맞서 '파란 리본' 캠페인을 시작하기도 했다.
한국 사회에선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의미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2014년 4월16일 단원고 학생과 교사 등 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299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사건이다. 사망자와 실종자의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떠난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실종자 수색이 한창이던 당시 전남 진도 앞바다 현장에는 이들이 무탈하게 돌아오기를 바라거나 희생자들을 기리는 의미에서 노란 리본이 가득 달려 있었다.
이 밖에도 노란 리본은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2022년 1월 광주 서구에서 발생한 아파트 붕괴 사고 당시에도 실종자들이 안전하고 빠르게 구조되기를 기원하며 시민들이 구조 현장 인근에 노란 리본을 매달았다.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에는 보라색 리본이 쓰였다. 당시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이태원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있었는데, 좁은 골목길 경사로로 인파가 밀리면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이는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192명 사망)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 역대 최대 규모의 인명 사고로 기록됐다.
질병 퇴치 기원에도 인식 리본이 활용된다. 분홍색 리본은 건강 질환 관련 인식 리본 캠페인의 효시로 꼽힌다. 1991년 미국 뉴욕에서 유방암 생존 환자들의 달리기 대회를 개최하면서 참가자에게 핑크 리본을 나눠준 것을 시작으로 '핑크 리본 캠페인'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유방암학회는 유방 건강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정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10월을 '유방암 예방의 달'로 정하고, 이 기간에 핑크리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또 빨간 리본은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퇴치하고 감염인을 보호하자는 의미로 사용된다. 에이즈 예방과 치료, 예방백신 개발을 위해 헌신하는 보건의료인과 학자,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모든 후원자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밖에 인식 리본으로는 알츠하이머와 췌장암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보라 리본, 전립선암 종식을 기원하는 파란 리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