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에 바둑알 넣고 괴롭혔는데'…피해자父, 가해자 선처한 이유

라이터로 지지고 나체 상태로 자위 강요
피해자 집에서 방화 시도까지
父 "앞길 창창…감형 받게 해주려고"

기사와 직접 연관 없는 사진. 출처=픽사베이

중학교 동창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던 10대가 가해자 중 한 명을 살해한 가운데, 관련 인물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18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권상표)는 특수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19)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 및 5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현주건조물방화미수 혐의로 함께 기소된 B씨(19)에게는 장기 5년~단기 3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는 징역 9년, B씨에게는 징역 장기 6년~단기 4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A씨는 지난 4월 강원 삼척시의 한 주택에서 지적 장애가 있는 중학교 동창 C씨(19)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고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친구 D씨와 함께 일회용 면도기와 가위로 C씨의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성기, 귀, 눈썹 등을 라이터로 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C씨에게 나체 상태로 자위행위를 하도록 시키고, 면봉과 바둑알 등을 항문에 넣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C씨가 이를 행하지 않으면 빗자루 등을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가했다. 그런가 하면 B씨는 A씨와 함께 C씨의 집에 불을 지르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C씨는 이 같은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가해자 중 한 명인 D씨를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망한 D씨가 범행을 주도했다"며 혐의를 일부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A씨가 D씨와 범행을 공모하고 범죄에 본질적 기여를 했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불어 "A씨는 여러 차례 소환 보호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범행을 저질렀다"며 "특히 D씨와 함께한 범행은 단순 괴롭힘을 넘어선 지속적인 가혹행위로, 죄질이 극히 좋지 않다. 그런데도 이를 부인하고 B씨와 D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반성하지 않아 엄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B씨는 피해자의 부친이 장기간 부재중인 것을 틈타 피해자 집에 방화를 시도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도 "B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과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가혹행위 피해자 C씨의 부친은 "용서한 것은 아니지만, 앞길이 창창하기에 조금이라도 감형받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며 A씨, B씨와 합의했음을 밝혔다. 그러나 C씨 측은 숨진 D씨 가족과 합의에 이르지 못해 장기 5년~단기 3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

이슈&트렌드팀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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