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 딛고 PBS 시동걸던 신한증권, 또 제동 걸리나

문제 발생한 ETF LP 부서 담당 임원
국제영업본부장도 책임 피하기 어려울듯
PBS사업부 재정비 주도…신규영업 차질 전망

여의도 증권가 고층 빌딩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신한투자증권에서 1300억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라임펀드 사태' 이후 약 4년 만에 재추진하던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문제가 발생한 곳은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업무 부서이지만 함께 책임자로 지목된 상위 본부장이 PBS사업부도 진두지휘해온 만큼 신규 영업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작년 12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홀세일그룹 국제영업본부 산하의 법인선물옵션부에서 대차 업무를 PBS사업부로 이관했다. 이는 사모펀드 대상 PBS 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단행됐다.

시장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PBS사업부 재정비를 주도한 인물이 임태훈 국제영업본부 본부장(전무)이다. 임 본부장은 이번 초유의 운용손실 사태가 발생한 ETF LP 부서의 상위 조직 임원이다. 신한투자증권은 현재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의 현장검사와 감사를 거쳐 제재가 확정된 이후 인사조치 등 처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임 본부장은 회사 내부에서 상무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전무로 고속승진한 인물이기도 하다. 임태훈 본부장은 2021년 19억1700만원의 연봉을 수령해 회사 내 '연봉킹'으로 꼽히기도 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신한투자증권은 라임펀드 사태 여파로 한동안 6개 대형사 중 PBS 조직이 없는 유일한 곳으로 불렸다"며 "이번에 PBS사업부 조직 재정비를 주도한 게 임 본부장으로 알고 있는데 해당 본부에서 사고가 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재 PBS사업부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PBS는 헤지펀드가 필요한 신용공여와 증권대차, 리서치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헤지펀드 지원 업무다. 헤지펀드가 필요로 하는 모든 서비스를 포함하기 때문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만 허용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안정적으로 높은 수수료 수익을 추구할 수 있어 종투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다.

2017년 PBS 업무에 뒤늦게 뛰어든 신한투자증권은 2019년 발생한 라임펀드 사태 여파로 약 3년 만에 PBS 업무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당시 전 PBS사업본부장이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숨기고 투자자들에게 480억원어치를 판매해 회사 측도 중대한 과실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이후 2022년 2분기부터 국민연금 국내 주식 거래증권사 후보에서 제외되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

이후 신뢰 회복에 사활을 건 신한투자증권은 자산운용사들과 맺었던 PBS 신탁계약을 타 증권사로 이관하는 등 강수를 뒀다. 한 헤지펀드 업계 관계자는 "당시 신한 측에서 PBS 업무를 더 이상 안 한다고 해 서둘러 펀드 신탁업자를 바꿔야 했다"며 "이번에 다시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PBS 업무를 재개했다"고 전했다.

증권자본시장부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