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도, ATM도 사라지는데 유일하게 늘어난 '이것'[1mm금융톡]

은행 영업점은 물론 자동현금입출금기(ATM)까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자동화 기기 중 유일하게 '화상단말기'만 늘어나고 있어 이목을 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금융거래에 익숙치 않은 시니어들을 위한 우리은행 시니어플러스점 2호점이 서울 영등포에 개점했다. 직원이 지점에 설치된 전문가 화상상담 장비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자동화기기 중 화상단말기 설치 대수는 616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5년 전인 2019년(96대)의 6배가 조금 넘는 수치다. 화상단말기는 최근 은행권이 선보이는 화상상담 창구(디지털 데스크) 등을 일컫는다.

같은 기간 점포는 물론 대부분의 자동화 기기도 감소추세를 보였다. 5대 은행의 점포(지점·출장소)는 같은 기간 4682개에서 3920개로 16.28% 줄었다. ATM의 경우 2만8148대에서 2만419대로 27.46% 감소했다. 은행들이 금융거래 비대면화 추세에 맞춰 점포를 축소하고, 현금거래가 줄면서 ATM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점포 자체와 ATM 등 다른 자동화 기기들이 축소 일로인 가운데 유독 화상단말기가 늘고 있는 것은 은행권의 비대면·디지털화 전략 때문이다. 은행권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전후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확산하면서 인력수·크기 등 여러모로 육중했던 기존 점포를 정리하고 이를 소형·경량화된 디지털 점포로 전환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선 신한은행이 이런 디지털 점포 운영에 가장 적극적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2021년 '디지로그 브랜치'를 선보였다. 예컨대 입출금 및 제신고 등 단순 업무를 원하는 금융소비자는 키오스크와 디지털 데스크로 간편한 업무처리가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또 인공지능(AI) 뱅커 등을 배치한 '디지털라운지'도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라운지에서도 디지털데스크, 스마트 키오스크 등으로 화상상담 또는 간편한 금융거래가 가능하며 가능 업무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국민은행 역시 고기능 ATM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텔러머신(STM), 화상상담 전용창구가 갖춰진 'KB디지털뱅크'를 운영 중이며, 우리은행도 2022년 화상상담 등으로 대부분의 업무처리가 가능한 초소형 점포인 '디지털 익스프레스(Express)점'을 개소해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이곳엔 디지털데스크, 스마트키오스크, ATM 등 디지털 기기들이 구비돼 있다.

시중은행이 이런 화상단말기 등으로 처리하는 업무는 확대되고 있다. 종전엔 입출금은 물론 신용·체크카드 수령과 같은 단순 업무에 치중한 면이 컸다면, 최근엔 공과금 납부나 대출 신청까지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이외 장애인을 위한 수어 서비스, 외국인 근로자 대상 특화 서비스 등으로도 기능이 확대되는 추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이런 은행 디지털 전략과 관련, "디지털 점포는 운영 시간과 유형이 점주권 환경에 맞게 다양하고, 화상상담 기기와 컨시어지 상주로 지점업무를 실질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과거엔 실험 수준이거나 점포 폐쇄의 대체로 운영됐으나 현재는 화상상담이 가능한 비대면 창구와 스마트 키오스크의 조합으로 영업점 창구 업무의 80% 이상이 해결되는 상황이며 그 유형도 다양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경제금융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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