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통장…한세 오너 막내딸의 '부채경영' [Why&Next]

전환사채, 사채발행 등 올해 350억원 차입
현금자산 40억, 외부 자금 조달로 회사 운영
올해 실적 전망치 하향, 빠른 실적 개선 요원

김동녕 한세그룹 회장의 막내딸 김지원 대표가 이끄는 패션 리테일 기업인 한세엠케이가 올해 잇따라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세엠케이는 캐쥬얼 브랜드 '버커루(BUCKAROO)'와 NBA, 골프 라이선스 브랜드인 LPGA, PGA 투어를 주력으로 운영하며 NBA키지와 나이키키즈 등 아동복 브랜드도 갖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세엠케이는 운영자금 조달과 차환을 위해 100억원 규모로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전환사채는 투자자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 달린 채권이다. 낮은 이율로 자금 조달을 쉽게 할 수 있어 현금이 급한 회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자금 조달 수단이다. 한세엠케이가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

운영자금 돌려막기…단기차입금 눈덩이

한세엠케이는 올해 들어 자금 차입 규모를 늘리고 있다. 지난 5월 150억원 규모의 1년만기 사모사채(이자율 5.85%)를 발행했고, 지난달 25일에도 100억원 규모로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전환사채 발행까지 합치면 올해 들어 350억원을 차입한 것이다.

두 차례의 회사채 발행은 최대주주이자 아버지인 김동녕 회장이 대표로 있는 한세예스24홀딩스가 채무보증에 나섰다. 김 회장은 김지원, 임동환 대표와 함께 한세엠케이의 각자 대표이사를 맡아왔지만, 올해 3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현재 사내 이사직만 유지하고 있다.

한세엠케이는 이번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올해 가을겨울(FW) 시즌 상품을 매입하면서 생긴 외상값(80억)과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채무를 상환하는데 쓴다는 계획이다. 한세엠케이 관계자는 "올해 가을과 겨울 상품 생산량 증가로 매입 대금 규모가 늘면서 자금 조달이 이뤄진 것"이라며 "브랜드 '컬리수'와 '모이몰른'의 인테리어 리뉴얼과 '나이키키즈' 단독 대형매장 오픈으로 투자 비용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한세엠케이는 지난해부터 플레이키즈프로를 통해 서울과 경기, 대구, 부산 등에서 나이키키즈 단독매장을 열고 있다. 경쟁사인 뉴발란스 키즈가 국내에서 2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려 키즈시장 1위 기업으로 발돋움하면서 나이키키즈 매장을 통해 매출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장기 실적 부진…현금자산 40억원 그쳐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40억원에 그친다. 1년안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차입금은 1107억원에 달한다. 2021말 376억원에서 급격히 불어난 것이다. 판매가 부진하면서 재고가 쌓였고, 신상품을 매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빌려온 것이다.

실제 한세엠케이는 최근 5년간 외형이 대폭 쪼그라들었다. 2017년과 2018년 32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20년 2200억원으로 급감했고, 이듬해에는 2000억원까지 빠졌다. 당시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TBJ와 ANDEW의 부진이 뼈 아팠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은 2019년부터 적자로 전환했다. 2022년 아동복 업체인 한세드림을 흡수합병하며 매출액은 2700억원대로 다시 확대됐지만, 적자 기조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별도 기준) 매출이 늘면서 전체 실적도 소폭 개선됐지만, 흑자 전환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300억원 줄었고, 영업손실은 10억원이나 더 늘었다.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국내 성인복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 600억원에서 385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영향이다.

한세엠케이는 한세그룹의 지주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가 최대주주로, 한세실업을 이끌고 있는 김익환 부회장의 아들인 김규현(10세)군이 2대 주주다. 한세엠케이는 김지원 대표의 아들인 박건희군(13세 )도 0.43% 지분을 갖고있다.

中 소비침체 여파…자회사 매출액도 급감

일본을 제외한 자회사들의 실적도 저조했다. NBA 키즈 매장을 운영하는 중국 자회사(만쿤 상무 유한공사)는 매출액이 240억원에서 77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중국에서 모이몰른을 운영하는 자회사(가애수복식 유한공사)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액이 20억원가량 줄었다. 중국의 소비침체가 영향을 준 것인데 만쿤 상무 유한공사는 라이선스 계약이 중단된 NBA 스타일의 재고소진이 올해 3월 끝나면서 매출액이 더 크게 빠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자회사는 모이몰른으로 매출액 38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억원 증가했다.

이 때문에 최근 한세엠케이는 영업실적 전망치를 기존 매출액 3010억원, 영업이익 31억원에서 매출액 2625억원, 영업손실 마이너스 84억원으로 조정했다.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흑자전환을 공언했지만 사실상 약속을 지키기는 어려워졌다. 나아가 올해 하반기 예정됐던 신규브랜드 론칭도 연말로 미뤄진 상태다. 사실상 실적을 빠르게 반등시킬만한 요소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한세엠케이는 지난 15일 베트남에서 국내외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와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임동환 한세엠케이 대표이사는 내년 사업 운영 계획으로 ▲브랜드 인지도 강화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 전개 ▲소비자 니즈 맞춤 온·오프라인 채널 운영 ▲브랜드별 메가스토어 매장 확대 ▲ 베이비 신규라인 출시 및 NBA 라인 확대 등을 제시했다.

모이몰른 이세탄백화점 교토점 팝업스토어.[사진제공=한세엠케이]

유통경제부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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