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OW]동작구청-구의회 갈등에 무산된 ‘한국형 도검 반납 제도’

묻지마 칼부림에 일본도 살인 사건까지
지역축제 초대가수 출연료도 안되는 돈으로
도검류 사고 피해 줄여보겠다는데

살인 도구가 되기도 하는 도검(刀劍)류를 자진 반납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마련해 범죄 예방 효과와 사회 여론을 환기하려는 경찰의 노력이 구청과 구의회 절차 다툼으로 무산됐다.

서울 동작구청과 동작경찰서는 조례 개정을 통해 ‘한국형 도검 반납 제도’를 도입하려 했지만 동작구 일부 의원들이 구의회에서 의결되지 않은 사안을 구청이 결정이 확정된 것처럼 보도자료를 낸 것을 문제 삼고 조례 의결에 반대했다. 이들 구의원은 기본적인 절차와 구의회를 무시한 처사라며 구청의 일 처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7월 말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서 길이 105㎝짜리 일본도로 같은 단지에 사는 30대 남성을 찔러 살해한 사건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잇따라 발생한 칼부림에 이어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 사건 발생 직후 동작경찰서에서는 ‘한국형 도검 반납 제도’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내용은 ‘허가된’ 도검 소지자가 일본도나 조선도, 창 등 도검류와 잭나이프, 비수 등 나이프류를 반납할 경우 자진 반납자에게 10만원 안팎의 금전을 지역화폐인 동작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아이디어는 캐나다와 뉴질랜드의 총기 환매제도(Gun buyback)와 국내에서 시행 중인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반납제도를 참고했다.

2020년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22명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자 캐나다 정부는 대량 살상이 가능한 총기의 개인 소유를 금지하며 총기 환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증가하자 2019년부터 운전면허 자진 반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에 주소를 둔 70세 이상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10만원짜리 선불형 교통카드를 지급한다.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지적은 있지만 고령 운전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책임 있는 운전 문화를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제도다.

‘한국형 도검 반납 제도’는 범죄 사전 예방과 캠페인 효과, 전국적인 확대 효과를 동시에 고려한 것이다. 동작구에 주소를 등록한 도검 허가는 614점(437명)이지만 모두가 자진 반납한다고는 볼 수 없기에 연간 필요 예산은 1000만~1900만원 정도로 추정했다.

하지만 지난 8월 말 김영림 구의원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동작구 이상 동기 범죄 예방 및 피해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은 ‘도검 환수가 이상 동기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납 기준이 모호하다’ ‘세금 낭비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에 부딪혔다. 반대 이면에는 심의 중인 사항을 구청이 확정된 것처럼 발표한 데 따른 반발이 있었다. 은평구 도검 사건이 있은 지 열흘 만에 구청은 ‘동작구가 전국 최초로 도검 반납 지원제도를 실시한다’는 제목의 자료를 냈다. 관련 내용을 함께 논의하던 경찰과도 사전 협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도검류 자진 반납 분위기를 조성하고 도검 소지에 대해 적극적인 반납과 위험을 인지시키자는 정책이 주민들을 위해 불필요한 일인지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관련 예산은 지역 축제 무대에 서는 유명 초대 가수 1명의 출연료에도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다. 구청은 일의 절차와 선후를 지키고, 구의회는 주민들을 위한 대승적인 판단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팀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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