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고 권위 문학상도 '한국계 작가' 수상했다

한국계 미국 작가 김주혜,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

한국계 미국 작가 김주혜(37)가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로 10일(현지 시각)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 해외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운데, 한국계 작가의 소설이 또 한 번 세계적인 인정을 받게 됐다.

톨스토이 문학상은 톨스토이 탄생 175주년인 2003년 러시아의 레프 톨스토이 박물관과 삼성전자 러시아법인이 함께 제정한 상으로, 러시아 최고 권위 문학상으로 꼽힌다.

‘작은 땅의 야수들’을 쓴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주혜가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열린 2024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 해외문학상을 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레프 톨스토이 박물관은 1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러시아어로 번역된 소설 중 김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을 2024년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김주혜는 이날 작품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키릴 바티긴과 함께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선정됐다. 해외 문학 부문 최종 10개 후보작 중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작품 등을 제치고 거둔 성과다.

김 작가는 최종 후보에 오른 10명 가운데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올가 토카르추크 작가를 제치고 영광을 안았다. 역대 수상자로는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튀르키예 문인 오르한 파묵, 중국 위화 작가 등이 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그의 장편소설 데뷔작이다. 일제 식민지 시절 격동의 한반도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렸다. 미국에서 2021년 출간돼 아마존 ‘이달의 책’에 선정되는 등 호평받았고 국내에는 2022년 처음 출간됐다.

'작은 땅의 야수들' [사진출처=다산북스]

다산북스에 따르면 심사위원 파벨 바신스키는 기자회견에서 ‘작은 땅의 야수들’에 대해 “여기에는 짐승들이 있다. 그중 호랑이는 한국 독립의 상징이다. 나는 이 작품을 알렉시 톨스토이의 ‘갈보리로 가는 길’에 비교하겠다”며 “정말 잘 쓰였고, 투명하고 성숙한, 젊은 작가로는 놀라운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김 작가가 수상자로 선정된 날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날과 같다. 그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의 깊고 뜨거운 영혼이 한국 문학의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소설의 캐릭터는 입체적이다. 아주 선하지도, 아주 악하지도 않은 진정한 인간을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들은 악한 인간도 끝까지 지켜보며 사랑하게 되고 연민하게 된다"며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의 고통을 내가 느끼도록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 문학의 힘"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선배이시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님의 옆에서 거론되는 것 자체로 굉장한 영광”이라고 했다. 또한 ‘케이(K)문학이 세계에서 통하기 시작했다’는 언론들의 평가에 공감한다며 “작가 개개인의 실력이나 업적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문학번역원 등 국가적 지원에 더해 문화 전체적으로 한국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일궈낸 쾌거”라고도 했다.

김 작가는 1987년 인천에서 태어나 9세에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프린스턴대에서 미술과 고고학을 공부했고, 2016년 영국 문학잡지 ‘그란타’에 단편소설 ‘보디랭귀지’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여러 신문과 잡지에 수필과 비평 등 기고문을 써왔다. 2019년에는 고 최인호 작가의 단편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The Biggest House on Earth)을 번역했다.

이슈&트렌드팀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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