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기자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영국의 한 환경단체가 세계적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300억원이 넘는 작품에 테러해
10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 등 외신은 전날 오전 영국 런던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피카소의 '모성'(Motherhood)이 의문의 남녀에 의해 훼손당할 뻔했다고 보도했다. 엑스(X·옛 트위터) 등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이 남녀는 자신들이 들고 온 사진 한 장을 펼쳐 '모성' 위에 붙였다. 이들이 붙인 사진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아이를 끌어안고 울부짖는 어머니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었다.
사진을 그림 위에 올린 뒤 손으로 꾹꾹 눌러 붙이려던 남성은 곧바로 직원에게 제압돼 끌려 나갔는데, 이때 그는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 사이 여성은 그림 앞에 주저앉아 바닥에 빨간색 페인트를 쏟았다. 이들은 경찰에 연행돼 구금됐다.
피카소의 '모성'은 2480만 달러(약 334억 6000만원)짜리 작품이다. 다행히 액자 속 그림은 손상되지 않았다고 전해졌지만, 미술관 측은 이들의 소동 이후 한동안 전시실을 폐쇄해야 했다.
이 남녀는 현지 환경단체 '청년의 요구'(Youth demand) 회원들로 드러났다. 단체는 엑스에 이날 영상을 올린 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영국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단체는 앞서 지난달 리버풀에서 열린 노동당 회의 때도 회의장 창문에 '학살 회의'라는 문구를 적어 제지되기도 했다.
최근 영국에선 이 같은 단체들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이 단체들은 영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3월엔 시위대가 케임브리지대 트리티니 칼리지에 걸린 아서 제임스 밸푸어(1848~1930) 전 영국 총리 초상화를 찢는 사건도 벌어졌다. 밸푸어는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를 수립하는 것을 약속한 '밸푸어 선언'의 당사자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불씨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밖에도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는 환경운동가들이 수프를 뿌리는 등 여러 차례 봉변을 겪었으며, 또 런던 국립미술관에 소장된 고흐의 '해바라기'도 환경운동가들의 수프 테러를 당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