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만큼은 'VIP'인데...수십만원 연회비 카드, 혜택은 축소중[헛다리경제]

(41)비싼 연회비 내는만큼 혜택도 잘 따져봐야

편집자주좀 더 나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똑똑한 경제활동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헛다리를 짚은 경우가 많다. 기업 마케팅에 속거나 순간적 이득에 눈이 멀어 잘못된 판단을 하면 결국엔 피해 보는 쪽은 소비자다. 일상생활 속 대상을 잘못 파악하고 일을 그르친 '헛다리' 짚는 경제활동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카드사들이 프리미엄 카드 발급에 집중하면서 연회비로 벌어들인 수익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신용카드보다 높은 연회비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카드 혜택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데다 낸 연회비만큼 혜택을 제대로 못 챙기는 소비자들도 많아 불만이 커지고 있다.

카드사의 연회비 수익은 프리미엄 카드 발급이 늘면서 높아지는 추세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국내 8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하나·우리·롯데·BC카드)의 연회비 수익은 7084억원이다. 지난해 동기(6434억) 대비 약 10% 증가했고, 2022년(6099억) 보다는 약 16% 늘었다. 연회비 수익이 가장 큰 곳은 현대카드(1634억원)다. 작년보다 약 20% 늘었다. 이어 삼성카드 1453억원, 신한카드 1241억원, 국민카드 936억원 순이다.

카드사의 연회비 수익이 늘고 있지만 프리미엄 카드에 대한 혜택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아이유가 쓴 카드로 알려진 연회비 250만원인 우리카드 투체어스카드는 올해 7월 리뉴얼되면서 제공 혜택이 축소됐다. 기존에는 ▲모아포인트(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100만점 ▲백화점 상품권 모바일 교환권 100만원 ▲프리미엄 호텔 외식 이용권 50만원 등 연회비와 동일한 금액 수준의 연간 프리미엄 기프트 바우처를 제공했다. 하지만 변경된 후에는 ▲모아포인트 120만점 ▲백화점 상품권 모바일 교환권 100만원 등 220만원 상당의 프리미엄 기프트 바우처만 제공한다.

또 기존 카드가 전월 실적 조건 및 적립 한도 제한 없이 국내외 전 가맹점에서 2%를 적립해 줬다면 리뉴얼된 후에는 월 이용금액 1억원까지 적립 한도 제한이 생겼다. 연간 리워드(보상) 혜택도 줄었다. 기존 연간 실적 중 1억원 이상 이용금액에 대해 1% 적립 혜택을 제공했지만, 국내외 가맹점에서 1억원 이상 이용 시 50만점을 적립해 주는 것으로 줄어들었다.

프리미엄 카드에 집중하고 있는 현대카드는 프리미엄카드로 클럽 고메·패션 가맹점에서 결제 시 현장·청구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서비스를 약 40개 카드에 한해 올해 1월 종료했다. 연회비 15만원의 프리미엄카드 '더 그린'과 '더 핑크'는 기본 적립률을 1%에서 1.5%로 높이는 대신 100만원 이상 결제하면 적립률 1.5배·200만원 이상 결제하면 2배 적립 혜택을 없앴다. 또 당월실적 50만원 이상 충족하면 여행·고메·해외·백화점 등 가맹점에서 5% 포인트 적립을 받을 수 있었던 혜택은 전원실적 100만원 이상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게 문턱을 높였다.

삼성카드는 기존 프리미엄 고객 멤버십 제도인 '프리미엄 리워즈' 서비스를 작년 말 종료했다. 올해부터 새 멤버십 프로그램 'THE VIP(더 브아이피)'로 개편했다. 삼성카드를 5년 이상 사용한 고객 중 연 실적을 달성한 고객을 대상으로 새로운 멤버십 회원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고객의 문턱을 높인 것이다. 실적 기준은 연 3000만원~2억원까지다. 자동차 일시불 구매 시 지원되는 자동차 캐시백 마케팅도 대폭 축소했다. 1.0%의 캐시백률을 제공하던 서비스를 작년 10월 종료하고 0.7% 제공으로 낮췄다.

연회비 26만7000원인 '메리어트 본보이 더 베스트 신한카드'는 국내 20여개 메리어트 계열 호텔에서 사용할 수 있는 '조식(뷔페) 5만원 할인'을 연 2회 제공하고 있는데 주요 호텔들이 뷔페 가격을 인상한데다 할인권 사용을 까다롭게 제한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카드 발급 첫 해에는 이벤트 등을 통해 호텔 무료 숙박권 등을 제공하지만 이듬해에는 같은 연회비에도 불구하고 무료 숙박권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연회비를 더 지불하면 혜택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믿음과 연회비 수익을 챙기려는 카드사의 니즈가 맞물리면서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연회비 평균도 덩달아 오름세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올 상반기 출시된 주요 신용카드 44종의 연회비 평균은 11만3225원이다. 지난해 평균 6만9583원에 비해 63%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연회비 평균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36% 상승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프리미엄 카드가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소비패턴이 고도화되면서 소비자들의 니즈도 높아지면서 생긴 변화"라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의 소비 패턴이나 카드 사용 트랜드에 따라 혜택이 자주 변경될 수 있다"면서 프리미엄 카드의 연회비가 일반 신용카드보다 비싼 만큼 필요한 혜택을 꼼꼼히 따져본 후 가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획취재부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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