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기자
"나야 툼바(투움바)…근데 이제 신라면을 곁들인…."
농심의 신제품 ‘신라면 툼바 큰사발면’의 맛을 요즘 표현으로 적어보자면 이렇다. 처음 마주한 향은 투움바 파스타의 원조 맛집으로 꼽히는 대형 스테이크 전문점과 비슷했고, 꾸덕꾸덕함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맛은 부드러운 크림소스에 신라면 특유의 매콤함이 제대로 살아있어 자극적인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중간중간 ‘씁~하’를 내뱉어야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2016년부터 인기를 끌었던 신라면 투움바 레시피가 지난달 23일 컵라면으로 출시됐다. 신라면에 우유와 치즈, 새우, 베이컨 등을 넣어 만드는 모디슈머(modisumer·제품 활용법을 창조하는 소비자) 레시피를 제품으로 구현한 것이다. 가격은 편의점 기준 1800원이다.
신라면 툼바 컵라면에는 면과 매콤한 전첨 분말, 부드러운 후첨 분말, 건조된 표고버섯과 마늘, 청경채가 들어 있다. 야채는 대략 각각 6~8조각 정도였다. 컵라면의 외형 디자인은 투움바 파스타 색상인 연한 주황색을 주로 사용했고, 눅진한 느낌을 살린 투움바 파스타가 그려져 있어 맛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조리법으로는 전자레인지를 선택했다. 전첨 분말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2분간 돌리면 면에 소스가 더 잘 배어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후 파마산 치즈 등이 함유된 후첨 분말을 넣고 비벼주면 신라면 툼바가 완성된다. 진한 소스 맛보다는 꼬들꼬들한 식감과 볶음면 느낌을 선호한다면 끓는 물 조리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나아 보였다.
맛은 신라면 툼바가 강조하고 있는 ‘부드러운 식감’ ‘맛있게 매운맛’ ‘고소하고 진한 풍미’를 대체로 충족한 느낌이었다. 소스를 잔뜩 머금은 면발을 한입에 넣었을 때는 크리미한 치즈 맛이 가장 먼저 느껴졌고, 마지막에는 신라면의 매운맛이 강하게 올라왔다. 신라면의 매운맛과 동일하지는 않았지만 투움바 파스타에서 느낄 수 있는 매운맛보다는 얼얼했다. 면을 포크에 돌돌 말면 마늘이 따라 올라오는데, 단맛이 느껴져 소스와 궁합이 잘 맞았다.
다만 끝까지 면을 먹었을 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래에 신라면으로 투움바 파스타를 직접 해 먹던 소비자들에게는 크리미한 맛이 인공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끝으로 갈수록 면과 소스가 식으면서 크리미하고 꾸덕꾸덕한 맛 대신 인공 치즈의 맛과 혀가 살짝 아리는 자극적인 맛이 두드러졌다.
한편 신라면 툼바는 출시 이후 커뮤니티와 유튜브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인스타그램 내 #신라면툼바 #신라면툼바큰사발면 등 관련 해시태그의 수는 1500개 이상이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뉴엔AI’에 따르면 농심 신라면 툼바 큰사발면의 출시 직후 1주일간 키워드 언급량은 약 2400건에 달했다. 이는 기존 인기 제품인 ‘신라면 더레드’보다 67% 높은 수준이다. 나아가 인기 유튜버들은 신라면 툼바에 모차렐라, 소시지 등을 추가한 레시피를 선보이며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법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농심은 향후 신라면 툼바를 해외시장에도 내놓을 계획이다.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크림 파스타를 신라면의 매운맛으로 재해석한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