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디딤펀드, 노후 대비에 새바람 불까

25개 자산운용사 공통 브랜드 '디딤'
원리금 보장만으로 노후 대비 못해

금융투자업계에서 40년 가까이 잔뼈가 굵은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전 국민의 노후 자산 증식'을 위한 업계의 역할을 고민했다. 서 회장은 "직장인이 은퇴할 때 충분한 재산을 형성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상품을 준비했다"며 디딤펀드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디딤펀드 출시를 통해 운용업계의 자산배분 역량이 한 단계 올라서고 디딤펀드의 안정적인 운용성과가 전국민의 노후자산 증식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 추구 디딤펀드, 25개사 동시 출시

금융투자협회 주도 아래 자산운용사 25개사는 지난달 25일 연금 특화 자산배분형 펀드 '디딤펀드'를 동시에 출시했다. 디딤펀드는 장기 연금투자의 효과적인 방법인 자산배분펀드 가운데 밸런스드펀드(BF) 유형의 업계 공동브랜드다. 참여 운용사 25개사는 자산배분역량을 집중된 단 하나의 대표펀드만을 출시했다. 주식과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해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퇴직연금 감독규정 개정 이후 출시하는 밸런스드 펀드유형의 자산배분 상품이다. 동일한 퇴직연금 100% 편입 가능한 펀드와 비교했을 때 자산에 대한 편입비를 높일 수 있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디딤펀드는 자산배분전략을 통해 중장기 수익을 추구하는 연기금형 자산배분펀드"라며 "투자 초기 공격적인 자산배분을 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와 원리금 보장형 상품 사이의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시장에 밸런스드펀드가 공급되면서 연금 투자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뿐만 아니라 중소형 자산운용사도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하면서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강성수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 상무는 "디딤펀드는 적립기와 인출기에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설계했다"며 "글로벌 자산배분을 통해 은행이자 이상의 초과수익을 안정적으로 달성하는 것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높아진 생활 물가를 고려했을 때 디딤펀드가 좋은 투자 수단이 될 것"이며 "디딤이라는 동일한 키워드를 갖는 다수의 펀드가 성과를 겨루는 구조라서 건전한 경쟁을 통한 성과 개선 부분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존 밸런스드펀드는 TDF 대비 관심도가 덜했다"며 "디딤펀드 출시 이후 운용사 공동 마케팅을 통해 장기투자에 있어 자산배분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하기에 좋은 소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투협 '디딤펀트 활성화 적극 지원'…시장 선점 위한 업계 노력도

금융투자협회는 디딤펀드를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다. 출시 전부터 슬로건과 홍보쇼츠 공모전 등을 통해 투자자에게 디딤펀드 도입 취지를 알렸다.

디딤펀드를 출시한 자산운용사는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과 채권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글로벌 자산배분 특화 펀드 'KB 디딤 다이나믹 자산배분 펀드'를 선보였다. 채권 투자를 통해 이자수익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주식 비중을 30~50%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조정해 초과수익을 낸다는 전략이다. 이석희 KB자산운용 연금WM본부장은 "자체 리서치 역량을 활용해 최적화된 자산배분 운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장기투자가 필요한 연금 가입자뿐 아니라 예금을 선호하는 보수적 투자자에게 좋은 투자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글로벌 분산 투자를 통해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는 투자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한국투자디딤CPI+펀드'를 선보였다. 주식, 채권 등 전통적 자산과 더불어 물가상승률과 관련이 높은 금, 원자재,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 자산에 분산 투자해 장기적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 이상의 투자 성과를 추구한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전 세계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 투자하는 '키움디딤더높이EMP펀드'를 출시했다. 빅데이터를 통한 인공지능(AI) 기반의 자동 자산배분 시스템과 유연한 시장 대응 능력을 통해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했다. 데이터 기반으로 경기 국면을 정교하게 진단하고 매월 최적화된 투자자산 비중을 조절해 중장기 기대수익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수적인 퇴직연금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 추가

자산운용업계는 디딤펀드를 통해 퇴직연금 투자자 성향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바뀌기를 바라고 있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 위주로 은퇴 자금을 운용하다 보면 노후 대비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면서도 안정성을 높인 디딤펀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국내 퇴직연금 가입자 대다수가 퇴직연금을 노후 생활 최후의 안전판으로 여기며 원리금 보장형 상품 위주로 운용하고 있다.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382조원으로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15% 성장했다. 퇴직연금의 운용 방법별 적립금을 살펴보면 원리금 보장형 적립금이 333조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87.8%를 차지하고 있다. 실적 배당형은 49조원으로 12.8%에 불과하다. 원리금보장 상품 수익률은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은퇴 이후 부실한 노후 대비로 이어질 수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2.4%로 호주의 최근 5개년 평균 퇴직연금 수익률 7.4%와 비교했을 때 수익률 개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8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의 퇴직 연금 평균 수익률은 7% 웃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7월 사전지정운용(디폴트 옵션) 제도를 도입해 수익률 제고를 유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초저위험 상품을 선호하고 있다. 1년이 지났지만 디폴트 옵션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높지 않다. 디폴트 옵션 상품으로 승인된 상품의 적립금을 위험도에 따라 나눠 보면 높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영향으로 초저위험 상품의 적립금 비중이 88%에 달한다.

증권자본시장부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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