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런 만찬 회동 왜 했나

“지금 여권은 삼국지다. 윤석열·한동훈·오세훈 삼각 구도다. 물밑 샅바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정치권 인사는 여권의 정치 지형을 이렇게 진단했다. 한마디로 윤석열 대통령 집권 중반(11월)이 다가오는 시점에 집권 세력의 물밑 분열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지난 4·10 총선을 계기로 윤 대통령은 정국을 주도할 힘을 잃었다. 질적으로 다른 상황이 됐다. 175(더불어민주당)대 108(국민의힘)로 짜인 의회 구도는 단순한 여소야대가 아니라 권력의 축 자체가 기울어졌다는 것을 보여줬다. 여권은 벼랑 끝에 몰린 큰 위기를 맞았다.

그런데도 6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에는 ‘한동훈’이라는 새로운 힘의 구심점이 하나 생겼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표만 바뀌었을 뿐 민심에 부응하지도, 정국을 주도하지도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대통령과의 독대에 목매는 현실이 상징적이다. 아직 ‘총선백서’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총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듯 나 홀로 꿋꿋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은 형식적인 모양새에 그쳤다. 가까운 사이였던 한 대표와는 물과 기름 같은 관계다.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서는 ‘공천개입 의혹’까지 불거졌다. 그런데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총선 직후 한때 ‘제2부속실 설치’가 기정사실화됐으나, 지금은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잠잠하다.

이런 가운데 총선 결과에서 자유롭고 한발 떨어져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몸풀기를 본격화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총선 낙선자들과 잇달아 만찬 회동을 가졌다. ‘기후동행카드’ ‘손목닥터 9988’ 등 정책 홍보에도 열심이다. ‘두 국가론’을 주장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판하고, 의료계 사태와 관련해서 “정부와 의료계가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권에 구심점이 없는 상태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향후 삼국지 판도에 격랑이 일 것임을 예상케 한다. 한국갤럽 조사(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 대상·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20%, 부정 평가는 70%다. 70대 이상·보수층에서도 부정 평가가 50%가 넘는다.

여론조사 결과로 보면 윤 대통령은 보수층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끝이 안 보이는 의료계 사태, 계속되는 김건희 여사 의혹, 소통 부족, 매끄럽지 못한 일 처리 등이 원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 회동은 "이러려면 왜 했느냐"라는 말이 나온다. 아무 성과가 없다. 오히려 갈등이 더 깊어진 모양새다. 그렇지 않아도 민생고에 허덕이는 국민이 혀를 차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무적 환경 관리가 안 되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목소리가 분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권력의 힘은 총구가 아니라 국민 지지율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한동훈·오세훈, 두 사람의 행보에 대한 주목도가 더 높아진 이유다.

정치부 소종섭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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