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길기자
최석진법조전문기자
나주석기자
신군부 비자금 의혹의 쟁점은 남아 있는 비자금 규모가 얼마인지 또 이를 어떻게 환수할 수 있는지에 모아져 있다. 여야 모두 비자금 재조사 및 추징·환수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세무, 사정 당국은 철저하게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불거진 ‘300억원 비자금’ 사건은 현재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민종)에 배당됐다. 고발이나 인지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는 형사부나 반부패수사부 등이 맡는 게 일반적이다.
범죄수익환수부에 배당한 건 당장 수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수사를 할 수 있는 사안인지, 또 수사를 통해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추징을 통해 국고에 환수할 수 있는 자금인지 등을 살펴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일단 고발장이 접수되면 사건 배당은 필연적인 절차"라며 "현 단계는 고발 내용에 대해서 수사를 할 수 있는 건지, 수사를 할 수 있다면 검찰에서 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경찰로 보내서 경찰에서 하는 게 맞는지 그런 것들을 검토하는 단계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사에 착수했다기보다는 아직 수사를 시작할지 말지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는 의미다. 검찰은 고발 내용을 검토한 뒤 직접 수사할지, 경찰에 이송할지 아니면 각하할지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선 우선 형사재판에서 추징금이 따로 선고돼 최종 확정돼야 한다. 이는 미국처럼 최종 유죄 판결 없이도 몰수가 가능한 ‘독립몰수제’를 도입하지 않은 현행법 체계상 몰수는 형벌의 일종인 부가형이고, 추징은 어디까지나 몰수를 전제로 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즉 어떤 범죄를 저질러서 범죄수익이 특정되면 몰수할 수 있는데, 특정이 안 될 때 추징이 선고되고 추징이 선고되면 피고인의 다른 재산에도 추징 집행이 가능하다.
정치권에선 재조사 및 추징을 위한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전두환 추징 3법(형사소송법·공무원범죄 몰수 특례법·형법 개정안)’은 결국 무산된 바 있다. 22대 국회는 임기 초반이라는 점과 여야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진상규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故)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몰수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범죄자가 사망하더라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독립몰수제’를 도입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가 도입을 추진 중인 ‘노태우 비자금 환수법’은 형벌의 종류에서 몰수를 삭제하고 공소제기를 할 수 없는 경우에도 몰수 요건을 갖추면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00억원의 실체가 확인되고 그것이 범죄로 인한 수익으로 밝혀지더라도 해당 범죄행위의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돼 형사처벌이 불가능할 때, 즉 유죄 확정판결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일 때 과연 그 범죄수익을 환수할 방법이 있는지 역시 검찰이 검토하고 있는 핵심 쟁점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