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서면서 글로벌 자금이 위험 자산에 흘러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 고용발(發)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해 섣부른 공격적인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히려 금리 인하기에 마땅한 투자처로 안전 자산인 금이나 미국 장기국채가 유망하고, 주식시장에서는 기술주보다 유틸리티 및 금융주 등이 더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진단이다.
로젠버그 리서치 창업자이자 유명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로젠버그(사진)는 19일(현지시간)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에 나선 것을 두고 “Fed가 너무 오랫동안 긴축 정책을 유지해왔다는 것을 인정한 꼴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그는 Fed의 큰 폭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발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하다고 봤다. Fed는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금리를 4.40%로 전망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인플레이션 시기 이전 0~1%대 금리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는 이유에서다. 로젠버그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노동 시장의 하락 위험이 인플레이션의 상승 위험보다 크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미국 경제가 견고하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로젠버그는 “2022~2023년 Fed가 금리를 500bp(1bp=0.01%포인트) 이상 올린 것을 고려하면 이번 빅컷도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여전히 높은 금리가 미국 경제 앞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경기 침체가 지연된 것이지 탈선한(derailed)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Fed의 빅컷 다음날 뉴욕 3대 증시는 일제히 큰 폭으로 뛰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위험 투자 심리가 최고조에 달한 여파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1.26% 상승한 4만2025.19를 나타냈고, 우량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70% 오른 5713.6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두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2.51% 급등했다.
하지만 로젠버그는 경기 침체가 가시화한다면 금리 인하기에도 주식시장이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주가가 이미 금리 인하에 맞춰 선반영돼 있다는 점도 짚었다.
로젠버그는 미국 장기 국고채에 대한 투자를 추천했다. 그는 미국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앞으로 2.5%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내년에 엄청난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채 금리가 떨어지면, 종래에 발행된 더 높은 금리의 국채 매력이 높아지므로 국채 가격은 상승하기 마련이다.
금 투자도 매력적으로 평가했다. 금 가격은 금리와 강한 역의 관계를 갖는다. 금리 인하 사이클에선 은행 예금 매력이 낮아지고,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만큼 금 수요가 오른다.
로젠버그는 주식 시장 투자의 경우 유틸리티, 통신 서비스, 부동산, 금융, 배당 성향이 높은 성장주 등에 집중하라고 권고했다. 그는 “기술주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과 멀티플(배수)이 지금도 여전히 높은 탓에 투자 적기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