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 고율 관세 부과 문제로 EU와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독일이 스페인, 이탈리아에 이어 사실상 중국의 편에 서는 입장을 내놨다. 자국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에 대거 진출한 독일은 그간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에 부정적 입장을 강조해왔다.
18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전날 베를린을 방문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에게 "독일은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중국 자동차·부품 기업의 유럽 투자를 환영한다"며 "중국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왕 부장을 만난 볼프강 슈미트 독일 연방총리청장(장관)은 "독일은 EU와 중국이 대화·협상을 통해 전기차 사안을 적절히 해결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추가 관세는 결코 해결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다"며 "이에 관해 EU 집행위와 여러 차례 소통했다"고 언급했다고 상무부는 전했다.
왕 부장은 "중국은 깊은 실망을 느꼈지만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협상을 최후의 순간까지 이어갈 것"이라며 "독일은 EU 핵심 회원국으로서 앞장서서 적극적 역할을 발휘해 EU 집행위가 정치적 의지를 보이고 적절히 이 사안을 해결하도록 추동해주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EU는 지난달 19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향후 5년 동안 현행 10%에서 27.0∼46.3%로 높이는 확정 상계관세 초안을 발표했다. EU 회원국들이 이달 25일(현지시간) 상계관세 확정 시행 여부를 투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투표가 가결되려면 EU 전체 인구 65% 이상을 대표하는 15개 이상 회원국이 찬성해야 한다.
중국은 EU 개별 회원국들과 접촉하며 분열 작전에 힘쓰고 있다.
EU에서 자동차 산업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스페인이 지난 9일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방중 이후 사실상 중국 편을 드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16일 왕 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EU 집행위에 "(대중국 관세) 때문에 중국-EU 경제·무역 협력이 방해받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지난 7월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전기차·인공지능(AI) 협력과 수출 확대 등을 중국으로부터 약속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