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송승섭기자
지난해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4.4% 줄어든 6억2420만t으로 집계됐다.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국가 온실가스 잠정 배출량’ 분석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전환(전기·열 생산) 부문 배출량은 2억40만t으로 지난해보다 7.6% 줄어 감소세가 가장 가팔랐다. 철강과 전자·통신 업종에서 전력수요가 줄어 총발전량이 1% 감소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또 새 원자력발전소인 신한울 1호기가 가동되는 등 원전 발전량이 2.5% 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6.6% 늘어난 점이 영향을 끼쳤다.
산업 부문 배출량은 2억3890만t으로 3%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석유화학 업종의 탄소 배출량이 360만t 쪼그라들었고, 시멘트 역시 경기둔화에 따라 생산량이 2.1% 감소하면서 80만t 줄었다. 반도체의 경우 공정가스저감시설 운영 확대로 감축 규모가 커지고, 디스플레이 생산 감소로 배출량이 53.1%(240만t) 줄었다. 다만 철강업은 힌남노 침수피해 복구로 철강 생산이 늘면서 220만t(2.4%) 증가했다.
수송 부문은 주행거리 감소와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급 확대로 배출량이 1% 줄어 9490만t을 기록했다. 농축수산 부문은 벼 재배면적 감소 등 영향으로 0.1%, 폐기물 부문은 매립량의 지속적인 감소로 1.3% 소폭 줄었다.
정부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 감축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환경부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경기회복의 영향으로 배출량이 일시 증가했음에도 2022년 이후 정부의 배출량 감축 노력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보인 것”이라면서 “2022년부터 국내총생산이 매해 증가했음에도 배출량이 감소하는 탈동조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국제사회 통계를 분석해 지난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1.1% 늘었다고 발표했다. 미국(-4.1%), 유럽연합(-9%), 독일(-10.1%), 일본(-2.5%) 등 주요 선진국의 배출량이 줄어들었지만 중국(4.7%)과 인도(7%)를 위주로 개발도상국의 배출량이 늘어났다.
다만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관련국은 올해 말까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지침에 맞춘 온실가스 통계를 새로 제출해야 한다. 바뀐 규정을 적용하면 한국은 1990~2021년간 연도별 배출량이 조금씩 늘어난다. 가령 현재 2021년 배출량이 6억7660만t이라면 통계변경 후에는 7억2140만t으로 바뀐다. 바뀐 배출량은 2035년 NDC부터 적용되는데, 지금보다 배출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
정부는 새로운 감축 방안을 마련해 올해 안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바뀐 통계에는 신규 배출원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제한하는 게 골자다. 배출량 증가의 주요 요인인 수소불화탄소(HFCs)를 줄이기 위해 관련 물질의 사용을 제한하고, 재생 냉매의 사용을 늘리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