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사망하기 전 시부모로부터 며느리가 자산 일부를 증여받은 경우, 추후 시부모가 숨진 뒤 공동상속인인 남편의 형제들과 유류분을 산정할 때 이전에 증여 받았던 자산을 어떻게 반영해야 할까. 법원은 이 자산을 시부모가 남편에게 증여한 것과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면 증여 받았던 자산은 남편의 ‘특별수익’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24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 김옥곤·이동현 고법판사)는 며느리 A 씨와 A 씨의 자녀들이 남편의 형제인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2023나2030285)에서 A 씨 등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이 판결은 양측에서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A 씨의 시부모는 2014년 2월과 12월 A 씨에게 현금 3억7800여만 원과 부동산 지분 가액 6억3900여만 원 등을 증여했다. 담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을 하던 A 씨의 남편 C 씨는 2016년 2월 사망했고, 이후 A 씨의 시부모는 2018년 12월 사망했다. C 씨의 상속인인 A 씨와 그 자녀들은 C 씨의 대습상속인(상속인이 될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된 경우, 그 사람의 순위에 갈음해 상속인이 되는 그 사람의 직계비속 또는 배우자)으로서, 시부모의 자산을 상속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A 씨와 그 자녀들은 자신들의 유류분이 침해당했다면서 남편의 형제 B 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대습원인이 발생하기 전 이뤄진 시부모의 A 씨에 대한 증여를 C 씨의 특별수익으로 볼 수 있는지 △이로 인한 C 씨의 특별수익을 이 사건에서 A 씨 등의 특별수익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이 쟁점으로 다뤄졌다.
재판부는 대습원인(C 씨의 사망)이 발생하기 전 A 씨가 시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특별수익으로 볼 수 없지만, 사실상 며느리에게 한 증여가 자식인 C 씨에게 증여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인정된다면 특별수익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1심은 “담도암 말기 판정을 받은 C 씨에게 각종 수술비와 치료비 등이 필요했고, 경제적 도움을 주려는 목적에서 C 씨의 부모가 A 씨에게 증여한 것”라며 “C 씨에게 직접 재산을 증여할 경우, C 씨가 사망할 때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A 씨에게 증여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항소심 역시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상속인(시부모)이 대습원인(C 씨의 사망) 발생 전 피대습자의 배우자(며느리 A 씨) 또는 직계비속의 지위에 있는 대습상속인(손주 등)에게 직접 증여한 것이 실질적으로 피대습자(시부모의 아들이자 A 씨의 남편인 C 씨)에게 증여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인정된다면, 대습상속인이 된 피대습자의 직계비속 또는 배우자에 대한 증여도 피대습자에 대한 상속분의 선급으로서 특별수익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상속분을 따져봤을 때, A 씨 등의 유류분 부족액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수현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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