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협약 공개하라

공모지침과 다른 내용 체결 등
사업용지 헐값 매입 의혹에
매번 거부… 착공지연도 부인

최근 한국수자원공사가 화성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 공모지침에 기반해 신세계그룹 측에 착공 지연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 연 56억원에 달하는 개발지연배상금 부과를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신세계그룹은 "개발지연배상금 발생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근거는 수자원공사와 맺은 사업협약이다. 신세계 측 관계자는 "사업협약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착공 지연이 아니다"라고 했다.

사업협약에는 공모지침을 기초로 한 사업계획과 개발 일정에 관한 사항 등이 담긴다. 신세계 측 논리대로라면 공모지침과 달리 공사 기간과 개발 일정을 짜서 사업협약을 맺은 것이란 얘기가 된다. 다시 말해, 신세계 측은 스스로 사업협약이 공모지침과 다르게 체결됐다고 시인한 셈이다.

이미 본지는 사업협약이 공모지침과 다르게 체결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사업 테마파크가 들어설 관광·레저용지에 대한 토지분양계약 체결 때다. 공모지침에 따르면 토지분양대금은 개발사업자, 즉 신세계 측의 사업계획을 반영한 뒤 감정평가를 해서 확정해야 했다. 하지만 실제 체결된 사업협약은 신세계 측 제안으로 층수 제한 완화 등의 사업계획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그 결과 토지 감정평가액은 과소평가됐고, 신세계는 헐값에 사업용지를 사들일 수 있었다.

기자는 그동안 해당 사업협약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에 원본을 확보해 달라고 요청하고 수자원공사에 정보공개청구도 넣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이 매번 공개를 거부했다.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수자원공사 측도 신세계그룹 눈치를 보는 모양새였다. 앞서 수자원공사는 본지의 사업협약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한 바 있는데, 사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민간 사업자(신세계그룹) 측이 제출에 동의하지 않고, 우리 공사에 비밀유지 의무가 있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공모지침대로라면, 애초 사업협약은 신세계 측에 불리한 내용이 대거 담겼어야 했다. 글로벌 수준의 지식재산권(IP) 소유사와 라이센스 계약체결에 관한 사항이 까다롭게 적용돼 있어야 하고, 계약이 불발될 시 사업협약이 해지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신세계 측에 불리한 이 같은 내용이 사업협약에 제대로 담겼을지 의심이 든다.

화성국제테파마크 복합개발사업은 공익성을 띠는 사업이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 땅에 민간사업자 자본이 투입돼 글로벌 수준의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게 주요 골자다. 그래서 경기도, 화성시 등 지방자치단체도 팔을 걷고 나섰다. 하지만 이처럼 공익을 위해 개발하는 사업이 특정 기업에 유리한 사업협약대로 흘러간다면 어떻게 될까.

앞서 감사원은 사업용지 헐값 매입 의혹 당시 감사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공모지침과 다른 내용으로 사업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면 공모지침대로 사업협약이 체결될 것을 신뢰하여 응모하지 않은 업체의 사업참여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할 우려가 있으며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현재의 흐름대로라면 비단 이 사업뿐 아니라 향후 진행될 공모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에도 불공정한 특혜를 준 선례로 남을 수 있다. 공정한 시장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신세계 측은 사업협약을 공개하길 바란다.

유통경제부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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