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미국이 통화 정책에서 2년 넘게 이어진 고강도 긴축을 종료하는 ‘피벗(pivot·방향 전환)’의 달에 진입하며 달러당 엔화값이 올해 내내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엔·달러 환율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는 미·일 간 금리 차이다. 높았던 미국 금리가 하락하면 예금 등에 있어 달러화 보유 매력도 떨어지게 되므로 엔화값이 뛰게 된다는 논리다.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7~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100%(25bp 68.5%, 50bp 31.5%)로 본다. 여기에 일본은행(BOJ)의 우에다 가즈오 총재도 지난달 23일 일본 의회에 출석해 경제, 물가가 예측과 일치한다면 또 한 번 금리 인상을 계획할 수 있다며 추가 긴축 정책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은 잇달아 달러 대비 엔화 가치 강세에 걸고 있다. 엔화는 올해 상반기에 달러 대비 약 12% 하락하는 등 약세 흐름을 보여온 대표적 세계 통화 중 하나였다.
싱가포르화교은행의 크리스토퍼 웡 외환 전략가는 올 연말 엔·달러 환율 전망을 기존 달러당 141엔에서 138엔으로 하향 조정했다. 달러당 엔화값이 내린다는 것은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상승했다는 뜻이다.
맥쿼리그룹은 엔화 가치에 대해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는데, 연말 전망치를 기존 달러당 142엔에서 135엔으로 대폭 낮췄다. 달러당 엔화값이 135엔을 보인 적은 지난해 5월이 마지막이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엔·달러 환율이 올해 말에는 달러당 140엔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1분기에는 달러당 136엔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현 엔·달러 환율을 두고서 스탠다드차타드의 스티븐 잉글랜더, 니콜라스 치아 전략가들은 메모를 통해 “시장이 매파(긴축 선호)적인 BOJ의 전망을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호주연방은행의 캐럴 콩 통화 전략가는 올해 연말 달러 대비 엔화값 전망을 145엔으로 변경하지 않았지만 내년 말까지 139달러로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일부 투자은행은 미·일 간 금리 차 축소에도 불구하고 엔화 가치가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일본지사의 야마다 슈스케 일본 통화 및 금리 전략 책임자는 “Fed가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엔화가 강해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이는 과거 일부 인하 주기의 패턴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BoA는 올해 말 달러당 엔화값이 150~155엔 사이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보는 투자은행 중 하나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6일 발표되는 8월 비농업 고용 보고서에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고용이 시장 예상보다 냉각됐다면 달러 매도 흐름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엔화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경우 지난달 초 엔캐리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자산시장에 투자하는 것) 청산 여파가 가져온 세계 증시 폭락 사건처럼 글로벌 자산시장에 변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