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슬기나기자
미국 미식축구리그(NFL) 구단주들이 사모펀드가 최대 10%까지 구단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월가 자본에 닫혀있던 빗장을 연 것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NFL의 32개 구단주는 27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이건에서 특별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소유권 규칙 완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투표에서 우선적으로 승인된 사모펀드는 아크토스 파트너스, 아레스 매니지먼트 코퍼레이션, 식스 스트리트, 블랙스톤·칼라일·CVC·다이너스티 에퀴티·루디스 등으로 구성된 펀드 컨소시엄 등이다. 향후 다른 사모펀드로도 확대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사모펀드는 최대 6개 구단의 지분을 각각 최대 10%까지 매입할 수 있게 된다. 최소 투자는 3%부터며, 매입 지분은 최소 6년간 보유해야 한다. 각각에 대한 투자한도를 두면서 한 구단에 전액을 투입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다른 종목에서 통상적으로 허용해온 우선주 투자, 지배권 행사 등은 금지됐다.
NFL커미셔너인 로저 구델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랫동안 우리에게 관심을 표해온 자본에 대해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팀이 경기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확보하게끔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총 120억달러의 자본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간 NFL은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프로농구(NBA), 하키 리그와 달리 사모펀드 투자를 제한해왔다. 하지만 최근 구단 가치가 상승하면서 지분 매수가 어려워지자 결국 월가 금융자본에 문을 연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NFL 구단주측은 약 1년 전부터 특별위원회를 구성, 관련 논의를 이어왔다.
다만 NFL 구단주들이 허용한 지분 10%는 최대 30%에 달하는 다른 스포츠종목 등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AP통신은 짚었다. MLB의 경우 투자할 수 있는 구단의 수에 제한을 두지도 않는다. 이처럼 까다로운 제약은 미국 내 인기스포츠인 NFL 리그가 월가 금융자본에 종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오랜기간 NFL 투자에 문을 두드려온 사모펀드 투자자들 역시 구단주측이 제시한 까다로운 가드레일 조항에도 불구하고 일단 이번 조치를 환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옥시젠 파이낸셜의 공동창업자인 테드 젠킨은 "억만장자가 아니면 오늘날 NFL 구단을 매수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새 규정에 따라 구단주들은 팀 자본에 묶여 있는 현금 흐름이 자유로워지면서 경기장 개선 등에 돈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버팔로 빌스, 테네시 타이탄스는 새 경기장을 건설 중이다. 클리블랜드 브라운스, 시카고 베어스, 워싱턴 커맨더스 등도 경기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NFL 구단주들이 이번에 승인한 사모펀드 명단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스포츠 투자 경험이 있다. 40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아크토스의 경우, 프리미어리그 첼시FC, 미국 인터마이애미 등에 투자했고,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MLB 보스턴 레드삭스의 지분을 간접적으로 매수했다. 식스스트리트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레알마드리드에 투자했다. 컨소시엄에 포함된 다이너스티 에퀴티는 영국 리버풀의 지분을 소수 보유하고 있다.